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위기에 처한 지방대의 급격한 몰락과 수도권 대학 비대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첨단분야 정원 확대를 위해 현행 법규상 늘릴 수 있는 인원은 물론,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포함해 법제 정비를 통해 늘릴 수 있는 인원 등 수도권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 대통령이 6월 7일 교육부를 향해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강하게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교육부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잇따라 방문해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라며 과학기술 인력 인재 양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일반 반도체 학과의 정원은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한 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총량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새 정부에선 반도체 관련 산업을 활성화 하고 이를 전담할 인력도 수도권 대학 위주로 양성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역 대학가에선 벌써부터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미 지역 대학들은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대전권 대학들은 2019년, 2020년엔 100% 가까운 충원율을 기록했지만, 2021년부터 95%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대 입장에서는 수도권 중심 첨단학과 증원이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시켜 대학 간 불균형을 가져올 뿐 만 아니라 지방대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창립 40주년 기념 포럼에서 최병욱 한밭대 총장은 "반도체 학과 신설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또 다른 걸림돌을 만드는 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급하다고 수도권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지방대학 육성 대책과도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대학 한 관계자는 "수도권 정비법을 푸는 일은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정책 추진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지방대의 몰락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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