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외국어고등학교의 융합수업 모습.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
대전외국어고등학교의 융합수업 모습.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지능형 센서들과 사회적 소통망이 연결돼 방대한 데이터를 쏟아내고,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는 짜인 틀과 공식에 따른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 자기주도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혼자서 지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지식과 자신의 것을 모아 함께 협업하는 능력이 중요하겠다. 대전외고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른 학생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는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교과 활동의 단면을 소개해 보면, 문학 수업 시간에는 이문구 작가의 '우리 동네'와 여러 영미 문학 작품을 비교하며 주제를 정해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달과 6펜스(윌리엄 서머셋 모옴)'모둠에서는 경쟁 사회 속 세계시민의 자세와 윤리적 가치 기준에 관해 관심을 가졌고, 'The Color Purple(앨리스 워커)'모둠은 두 작품 속의 언어유희와 방언, 비속어에 관심을 두고 지역 방언 번역의 실태와 개선점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나눴다. '두 도시 이야기(찰스 디킨스)'모둠은 열악한 농촌의 모습과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적 풍조를 조명해 근대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이끌어 내고 비윤리적 모습과 해결 방안을 토론했다. 이 같은 활동이 가능한 것은 심화영어 수업 시간에 영미문학 작품들에 대한 주제 탐구 심화 읽기 활동 및 주제 토론, 그리고 포스터와 인포그래픽 제작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된 까닭이다. 더불어 생활과 윤리수업 시간엔 동·서양의 윤리를 비교하고 배우고, 영미 문학 속 윤리 문제를 탐구한 터였다.
이러한 교과 활동 이외에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배운 지식을 확장하고 적용하는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공어 문화 발표대회와 전공어별 축제, 전공어 관련 활동이 포함된 예술제 등을 통해서 학생들은 교과 시간에 배운 역량을 마음껏 발전시키고, 타 전공어과와 공유하며 타 전공어권 문화를 배우고 활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대전외국어고등학교의 인문학여행 프로그램 모습.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
대전외고 학생들은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통해 입학한 외국어 인재들이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조합해 참신하고 유용한 정보를 도출해내는 창의성을 갖춘 융합형, 통섭형 인재로의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 인재로서 도전정신, 창의성, 문제해결력, 그리고 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해 다양한 교과들의 융합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융합 프로젝트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접근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탐구하며 토론하는 학생 참여 중심 활동이다. 지난 4월 인간 본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스페인어과와 독일어과의 협력 수업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어두운 역사를 살펴보며 두 나라를 연구하고, 동서양 고전과 영화작품 속 묘사된 인간상들을 살펴보며 '어떠한 사람이 돼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학생들은 기존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하며 소통하며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교사가 1교사 1인성 교육중심 수업브랜드 실천과 창의적인 수업 확산을 위해 동료 교사와의 수업 모델 연구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학습량과 성취욕구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 문제를 인식하며, 개선과 변화를 끌어내도록 교사들은 교사 동아리 및 여러 연구회 활동으로 학생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로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학교 특색사업인 진로탐색과 연계한 자율적 교육과정인 수업량 유연화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별 심층적 학습이 가능한 학습몰입형과 융합학습이 가능한 주제 중심 프로젝트형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에 참여하도록 해 액티브 러닝이 이뤄지고, 프로젝트 그룹별 문제해결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과 팀워크, 비판적 사고력, 협업 능력의 향상이 기대된다.
또한, 대전외고는 배움과 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활동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쾌적한 환경과 더불어 효율적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해가고 있다.
대전외국어고등학교의 law people 동아리 활동 모습.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
대전외고는 7개의 외국어과(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로 구성된 특수목적고등학교이다. 고교 3년간 이수하게 되는 204단위 중 72단위를 전공어와 제2외국어인 '전문 교과'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탄탄한 외국어 능력과 전공지식을 갖추게 된다.
학생별·전공어별 특성과 학습 수요가 다양하기에 선택제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해 학생·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킴과 더불어 학력 신장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전공어 방과후학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며 전공어 공인 자격시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중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은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밖 교육기관을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원어민 교사가 개설한 강좌를 적극적으로 수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학생들은 자아탐색·실현을 위해 창체·자율동아리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점도 대전외고의 자랑이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전외고는 다양한 국제 교류활동을 통해 전공 국가의 문화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과는 영어권 해외 학교와 온라인 교류를 통해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전래동화를 번역해 나누는 활동을 진행한다. 독일어과는 국내·외 독일문화원의 파트너 학교인 PASCH 학교와 청소년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어과는 자매결연 학교인 마장디고등학교, 생조세프고등학교와 상호방문을 통해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어과는 스페인어권 국가 대사관 방문 및 대사 초청 강연을 시행하고, 이메일 교환 및 자매결연을 추진한다. 중국어과는 베이징외국어대학과의 MOU를 통해 대학진학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겨울방학을 이용해 대전외고-베이징외대 중국어 겨울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어과는 토야마 국제대학 부속고등학교와 교류하고 있으며, 러시아어과는 대전 자매결연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소재 항공우주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교류가 위축되긴 했으나,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대전외고에서는 폭넓은 전공지식, 인문학적 감성과 함께 예술적 지능도 함께 함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사들은 인문소양 교육촉진단 활동 및 범교과 교사 연구동아리, 사제동행 동아리 구성, 교내 장학 등의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인문, 예술 융합 활동들을 모색하고, 모델을 구축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국제교류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학교 친구들에게 교과 시간에 배웠던 사물놀이를 가르쳐주며 우리 문화를 전하는 교복 입은 외교관으로 활약한다. 전공어 국가를 표현하는 아크릴화 작업을 할 때 전공어권 문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연결해 더 연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호기심과 관심이 유발되며, 전공어권 작가에게 이메일로 연락해 자신이 가졌던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습득한 언어를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그리고 세계 고전을 읽으며 원서를 충분히 이해한 뒤 원어 뮤지컬 공연을 기획하며 작품 각색에서부터 무대연출, 소품, 분장, 퍼포먼스 디자인, 음향 등의 모든 분야에서 자기 계발을 하고 팀원들과 협업하며 성장해나간다. 또한, 학교예술심화동아리도 구성해 문화적 감수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동서양 문화교류 자율 탐구활동을 수행하며 프레젠테이션과 인포그래픽 제작 및 보고서 작성을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진로 및 사회문제와의 연결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의 융합을 통해 거시적 안목과 글로벌 리더로서의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
대전외국어고등학교는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며 이에 충실한 교육과정으로 공교육 경쟁력을 갖추어 대전이 자랑하는 지적인 호기심이 강한 사람, 탁월한 외국어 학습 능력을 지닌 사람, 자신의 미래를 창의적으로 개척하는 사람, 자율적이고 성실하게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 사회와 이웃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미래 인재를 양성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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