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희 |
선거가 한창이다. 거리에서, 언론에서, 어디서나 지방의원 후보자들을 만날 수 있다. 선거 유세를 통해 열정적으로 지역을 위한 목소리를 전하는 그들의 행보가 반갑다. 그들의 입을 통해 우리 지역의 거창한 청사진을 듣고, 수많은 핑크빛 공약들을 보다 보면, 희망찬 내일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하나의 생각, 그들은 그동안 어디 있었을까?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2018년 6월 13일에 있었다. 대전에서는 허태정 시장을 필두로 구청장 5명, 시의원 22명, 구의원 63명이 당선되었다. 지난 4년간 각자의 영역에서 수고하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그러나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나는 지방의원들과 유의미한 소통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광역, 기초 자치단체의 장인 시장 혹은 구청장은 그들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해서 차치하더라도 시의원, 가장 가깝게는 구의원조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정치 '인싸'가 아니기 때문일까? 그래서 궁금했다. 지난 4년간 그들은 누굴 만나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그러나 알 길이 없었다.
제8회 지방선거를 맞아 지방의원이 돌아왔다. 선거 기간 열심히 유세하는 그들을 보며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 참 반가웠다. 그리웠던 나의 대표들이여. 아마 지역구 내 모든 시민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날 만날 순 없었으리라. 그리고 지난 4년 '나' 아닌 수많은 시민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민의를 반영해 입법 활동을 하느라 바빴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것이 주민의 대표자로서 지방의원의 가장 기초적인 역할이므로.
한국 사회 선진화에 따라 시민들은 그들의 욕구를 전보다 더욱 다양한 형태로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중앙집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는 이를 따라가기 벅차 보인다. 경직된 정치 문화는 한계에 직면했고, 사회 전반에서 정치 변화, 혹은 지방 분권과 자치의 열망이 더욱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의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대한 변혁의 시기에 어떤 사람이 지방의원으로 선출되면 좋을까?
오히려 지방의원 허들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내 옆집 사는 이웃이 지방의원이 되길 바란다. 특출한 이력이 자랑처럼 섞여 있는 후보가 아닌 사소한 욕망과 일상적인 사건에도 일희일비하는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방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의 소소한 요구에도 공감하고 반응해 더욱 분명하게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 길 가다 어디서든 만나서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 선거에는 '지방의원이 돌아왔다'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기를 소망한다.
제8회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자 품고 있는 생각은 다르겠지만, 일단 투표소 앞으로 가자. 기왕이면 우리 지역 후보자들의 면면도 살펴보고, 공약도 점검하여 투표한다면 금상첨화, 그렇지 못한 미완의 의견이라도 괜찮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나'란 시민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민주주의의 꽃, 선거라는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시민들은 항상 옳다. / 조천희 지에이코리아 한밭지사 지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