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첫째, 도발적 제목과 그에 따른 단순 비교이다. 충남대 학생과 서울대 총장이라는 두 대상을 병치시키면서 글 내용을 보면 충남대 학생에 대한 폄훼와 서울대 총장에 대한 예찬으로 대조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충남대 학생은 학벌주의에 빠져 두 대학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대 총장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가장 앞장서서 반대해야 할 서울대 총장이 찬성하는 이유를 철두철미하게 공부해 보라고 학생들에게 훈계하고 있다.
충남대 학생들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를 학벌주의로 단정하는 피상적 판단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들이 제기하는 것은 기회균등과 공정성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오세정 총장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는 말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대한민국의 서울대 총장이 무척 자랑스럽다는 말로 글을 맺고 있다. 학자의 글로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편향적이고, 본인이 그토록 혐오하는 학벌주의에 빠져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 총장이라는 권위를 빌어 본인의 주장과 논거를 합리화하려는 지적 비굴함이 보여진다면 필자의 지나친 비판일까?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찬양하는 내용만 있으니 균형적 판단을 위해 다른 내용도 잠시 살펴보자. 오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야심차게 추진했던 과학비즈니스 벨트의 핵심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초대 원장이 되었으나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 사퇴하였다. 총장 도전에 실패한 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되었으나, 역시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경험이 있다. 본인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공적인 의무와 소명은 과감하게 던져 버리는 기회주의인 '일그러진 천재'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둘째, 대학 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불균형적 판단이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지방대가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대 사이의 통합과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통합 논의를 보면 단순히 대학의 물리적 통합만 이야기될 뿐 정부의 지원책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 대학의 통합이 성공하려면 통합 이후의 청사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단순히 충남대와 한밭대 구성원의 합의만으로는 통합이 성공할 수 없다. 국립대학이 성공적인 통합을 이루려면 정부의 역할과 지원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출발과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대학의 통합이 무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며,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김 교수가 말하는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권역별 국립대학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대전·충남에서는 충남대-공주대-한밭대의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충남대-한밭대의 소통합으로는 정부의 지원도 미미할 것이며, 통합의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다. 통합을 통해 규모가 커질 수는 있지만 질적 수준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사례를 모델로 들면서 우리나라도 서울대 수준의 대학 10개를 충분히 만들 수 있으며, 해야 한다는 당위성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항상 지적되는 것이지만 외국의 사례는 참고할 뿐 우리가 따라야 할 모델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미국과 한국의 대학 시스템도 완전히 다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미국의 한 주(state)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고 무책임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여러 명문대학이 탄생한 것이 대학 통합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김 교수가 언급한 대학들이 명문대학이 된 것은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산업수요가 많았고, 기업들이 제공하는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하여 대학이 치열한 R&D 활동을 펼쳤고, 우수 학생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의 지원, 대학의 연구개발 능력, 기후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 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명문대학이 만들어진 것이다.
넷째, 서울대학에 대한 허상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서울대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견해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서울대학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하나의 대학 모형일 뿐이다. 많은 문제가 있고, 여러 가지가 부족한 대학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를 받아들이면서 그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어떠한 품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배출하는지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서울대가 필자의 모교이지만 필요한 지적은 해야겠다. 학벌주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대학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들이 우리 국가와 역사 발전에 어느 정도 공헌하고 헌신했는지를 생각하면 서울대 10개를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김 교수가 언급한 개념으로 설명하면 서울대는 지위 권력의 상징이었을 뿐 창조 권력의 측면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충남대-한밭대 통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김 교수가 지역 언론에 투고까지 하면서 이 문제에 개입하는 이유가 사뭇 궁금하다. 두 대학의 통합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개인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칼럼 내용 중에서 "김 교수는 지금 충청도에서 내 책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 충청도라는 공간적 개념에는 대전, 충남, 충북, 세종을 포함한다. 충청도가 아니라 대전이며, 김 교수 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고 충남대와 한밭대의 통합에 대한 논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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