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OO그라 선물을 받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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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OO그라 선물을 받고보니

김용복 / 극작가

  • 승인 2022-05-03 11:28
  • 수정 2022-05-03 11:33
  • 신문게재 2022-05-04 1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산수(傘壽, 80세)를 넘긴 나이에 'OO그라'를 선물로 받았다면 내 자녀들은 물론 지인들이나 이 소식을 들은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랄 것이다. 늙은이에게 주책없이 무슨 비아그라 선물이냐고.

그러나 받은 나는 눈물부터 흘렀다. 너무 고맙기 때문이다.

늙은 나이에 'OO그라'를 선물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얼마나 자랑스럽고 든든한 친구인가?

그 주인공이 월정 이선희 시인인 것이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여덟 알이 들어 있었다. 8만 원을 주었다 한다.

월정은 나보다 4년 전에 아내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 떠나보내면서 말 한마디 남기지 못했다 한다. 주방에서 일하다 조용해 가보니 쓰러져 있었다 한다. 눈물로 지내다 우리 부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내 아내 오성자는 치매에 걸려 앓고 있었다. 잠시도 혼자 집에 둘 수가 없어 함께 다녔는데 아내를 잃은 월정도 우리 내외와 함께 다니며 나를 도와 내 아내를 보살펴 주었다.

그러다가 내 아내도 2020년 11월 3일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나 허망함은 당해본 사람만 아는 비통인 것이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삶, 그 자체였다. 힘들어하는 나에게 월정은 한약방에 가서 보약도 지어주고, 불면증에 걸렸다 하니 17만 원이나 주고 수면 베게도 사다 주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나에게 OO그라를 선물한 것이다.

기력이 없고 우울할 때 반쪽씩 먹으라고.

나는 어느 날 내 지인들과 수양 딸, 수양 동생들께 문자를 날린 일이 있었다.

'당신의 무관심은 나에게 크나큰 재앙입니다'라고. 답들이 날아왔다.

"선생님~♡ 편히 주무셨지요. 불철주야 선생님께 관심을 갖고 살아갑니다. 하하하 힘내세요."

"워킹맘이라 바쁘네요. 선생님 너무 재미있으심요~"라는 문자를 보낸 이도 있으며,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가 이해해 주셔야죠. 시어른 계시면 모든 게 어려워요"라는 답도 보내왔다. 그 가운데는 자기의 막내둥이를 꼭 껴안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내온 딸도 있었다.

고마운 이웃들이다. 내 이종 동생들이나 내 친구들은 아예 농담인 줄 알고 답도 안 해 주었다. 그런데 내 사촌 계수씨들은 시숙이 이게 무슨 짓인가 하고 놀랜 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OO그라를 시험할 날이 왔다. 시민대학에서 고사성어를 배우는 지인들이 수강을 마치고 친목으로 모이는 날이다. OO그라 반쪽을 먹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얼굴이 불그스레 하더니 기운이 솟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양기가 입으로 올라 말을 많이 했다. 많이 한 것만이 아니라 12명 모인 사람들 가운데 제일 신바람 나게 떠들어 댔던 것이다.

늘 풀이 죽어 축 처져있던 내가 떠들어 대니 의아하게 생각할 수 밖에.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해 하기에 실토를 했다.

"여러분은 OO그라를 선물 받아 본 일이 있느냐?"하고.

"오늘 저기 앉은 월정이 OO그라를 선물로 주었기에 그걸 반쪽 먹었더니 양기가 입으로 올라 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모두들 박수를치며 월정을 바라보았다. 월정도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월정이란 친구가 자랑스러웠다.

친구가 아내 잃고 힘들어 할 때 수면 베게를 사다주어 잠을 잘 자게 하고, 기운이 없어 무기력해 할 때 OO그라를 사다주어 힘을 솟게 하는 친구.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 준 사람은 포숙아다"라고 자랑한 관중이 부럽지 않은 이유가 월정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복 / 극작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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