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과 걸음마다 입맞춤하면서 발밤발밤 걸었습니다.
어느새 나온 것일까요. 상수리 우듬지에 돋은 아기 손이 햇살 한 줌 받아들고 있었습니다.
느린 걸음을 멈추고 다가가 작은 잎에 손바닥을 살짝 맞추어 봅니다.
내 손 위로 올라앉는 햇살 같은 웃음, 화안한 상수리의 인사에 알 수 없이 가슴이 설레이고, 나는 언젠가 당신과 처음 손이 스치던 그날을 기억했습니다. 수줍어 웃기만 하던 내 손에 햇살 한 줌 쥐어주던 당신에게선 나무 냄새가 났지요.
나는 한 걸음 더 숨이 닿을만큼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잎 위로 흐르는 실핏줄에서 오래 흘러온 강물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 멀리 상수리 숲을 흔들던 바람 소리와 닮아있습니다.
당신으로부터 흘러온 시간은 상수리 한 알이 숲을 이루는 시간만큼이나 먼데, 잎사귀 하나 자늑자늑 흔들리는 손짓에 나는 또 다시 속수무책입니다.
오늘 손에 쥔 따스함으로 몇 계절을 살아갈까요? 피어난 봄이 아름다워 가슴께가 뭉근히 아려옵니다.
아… 내 볼을 살살 간지럽히는 잎에서 그날의 햇살 냄새가 납니다.
신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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