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팀장 |
재활법 개정 이후 미국 연방정부는 경제적 비용을 이유로 법 시행을 미루고 있었다. 대통령이 카터로 바뀌고 정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자 1977년 4월 미국 각지에서 장애인과 장애인의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시작됐고 시행규칙이 제정됐다. 공공서비스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장애인들의 싸움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1978년 7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19명이 버스를 막아서고 길거리에서 밤을 지샜다. 이후 덴버의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미국의 저상버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정권의 색깔을 가리지 않고 보장하지 않았던 21년간의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2022년 4월 한국의 장애인들은 단순히 이동권만을 위해서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장애인 평생교육법, 특수교육법 민생 4법의 제·개정과 내년도 23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했다.
문명국가에서 몸이 아프다고 차별받지 않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내 가족이 장애인이라고 차별받지 않기 위해 많은 시민을 대신해 휠체어에서 내려 땅바닥을 기어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탔다. 비장애인의 일상은 장애인의 비일상에 빚지고 있다. 지하철의 엘리베이터와 노약자, 유아차, 장애인,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는 오늘날 온몸으로 지하철을 타는 박경석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 인권 활동가들에 빚지고 있다.
대전의 저상버스 비율은 30%가 되지 않는다. 세종으로 가는 BRT 저상버스는 올해 하반기 도입될 예정이다. BRT 저상버스 도입은 직접 B1 버스를 온몸으로 막아섰던 장애인들의 싸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덕분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노인과 임산부, 휠체어이용자들이 조금 더 편하게 세종시와 오송역을 오갈 수 있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비문명으로 규정하려는 사람이 있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비문명이라 부른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항해야 할 비문명이다. 우리가 바라는 문명은 장애인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다. 우리는 그런 문명을 만들어갈 것이다./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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