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름다운 언어는 사람의 품격을 높여준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기고] 아름다운 언어는 사람의 품격을 높여준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19 10:51
  • 수정 2022-04-19 14:37
  • 신문게재 2022-04-20 1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언어는 사고의 거울이다. 거울이 우리의 겉모습을 비춰준다면 언어는 우리의 마음속 사고를 비춰준다. 나의 언어생활이 거칠고 아름답지 못하면 나의 사고도 깊이가 없고 형편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름답고 교양 있는 언어생활이야말로 사회를 밝게 하고 자신의 위상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말을 구사하려면 거기에 어울리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데, 같은 어휘라도 쓰임에 따라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아니면 일상 언어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보면,

재앙(災殃)이라는 단어.

재앙이란 천변지이(天變地異) 따위로 생긴 불행한 변고를 뜻하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없는 어휘인 것이다.

'일본은 원전 폭발로 인해 큰 재앙을 당했다' 라는 경우에 흔히 사용되고 있다. 일상 언어로 사용 된 경우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전화도 없고 문자 메시지도 없이 애를 태울 때 '당신의 무관심은 저에게 크나큰 재앙입니다.' 이런 문자를 보냈다 해보자.

'재앙'이라는 단어야 말로 상대편 마음을 크게 흔들어 답장을 안 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잡은 사람이 지금의 내 아내, 우선순위 1번인 것이다.

'말똥말똥'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아버지나 손 위 어른들을 말똥말똥 쳐다본다'에 사용될 때는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윤석중 먼 길-

이 동시에 사용된 '말똥말똥'은 맑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귀엽게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아가의 모습이 연상되는 단어이다. 이처럼 우리말은 상황에 따라 알맞게 사용하면 상대편 마음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말이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 한국인들은 눈이나 귀가 입보다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른바 통찰(洞察) 의사소통인 것이다. 통찰 의사소통은 말로 의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 있는 내용을 훤히 꿰뚫어 봄으로써 그 뜻이나 의도, 감정을 파악하는 것인데, 우리 한국인들이 통찰 의사소통이 발달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첫 번째 이유가 농경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농경은 규칙적인 작업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람끼리 서로 말이 없어도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통찰이 부드럽게 이뤄지면 아름다운 말이 되는 것이고 부드러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물론 말로 하는 의사소통은 명료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관계가 딱딱해지고 밋밋하여 정감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말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지혜롭고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 중 영국이나 미국의 식민지하에 있던 나라들은 모국어보다는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 지배를 36년간이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민족성이 강한데다가 주시경 선생이나 최현배, 김성배 같은 국어학자들이 모진 탄압 속에서도 우리말을 지켰으며 '한글학회'나 '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 같은 단체가 우리 글을 갈고닦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가 있다. 영어를 잘하는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국민소득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주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