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디지털부 이유나기자. |
"4인 내리고 2인 올려"
"10시 내리고 9시 올려"
"4인 내리고 6인 올리는데 두 명은 백신 접종 체크해"
"6인 내리고 2인 올렸다가 다시 4인 올리고 10시 내리고 9시 올리는데 2주간 지켜보고 변경할 뻔 하다가…"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는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청기 백기' 놀이로 풍자했다. 게임 진행자에 요구에 따라 파란 깃발과 하얀 깃발을 올리듯 영상 속 자영업자는 전전긍긍하며 변하는 방역 수칙에 맞춰 손님을 내쫓고, 다시 부르고, 백신 접종을 확인한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K-방역은 영세 소상공인의 희생으로 가능했다. 감염자 수와 병상가동률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는 방역 수칙이라곤 하지만 여기에 소상공인이 영업을 강제로 중단함으로써 겪어야할 피해에 대한 보상은 미미했다.
이제 청기 백기 게임은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막대하다. 온라인으로 소비패턴이 급속도로 변화하며 지역 상권은 더 어려워졌다.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 민족과 같은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전체 상권을 장악하게 됐다. 반면, 영세 상인들은 방역을 위해 비용을 치르느라 온라인 대응에선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 러시아 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밀가루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오르며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일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인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인들이 힘을 모아 상권을 활성화하면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들이 터전을 잃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지역 곳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전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12.1%에서 2021년 4분기 14.7%로, 소규모 매장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6.3%에서 2021년 4분기 9.7%로 증가했다. 원도심은 2021년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4.4%, 소규모 매장 공실률은 14%로 치솟으며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체계도 미흡했다. 방역지원금 사각지대로 일부 소상공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했고 그 불똥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업무를 보는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한정된 인력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재난지원금 업무를 맡게 돼 과로와 한층 더 과격해진 민원을 감당해야 했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입원을 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은 영세 자영업자가 짊어진 것이다. 청기 백기 게임은 끝났지만 이들이 겪은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막을 내렸다고 자영업자를 향한 보상과 지원 체계 마련의 책임도 없어진 것이 아니다. 새 정부는 집권하며 영세상인을 위한 50조 원 추경을 약속했으며 소상공인 전담 차관급 조직을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방역을 위해 치러야 했던 희생을 제대로 보상하는지 끝까지 지켜봐야한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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