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어서 와. 잘 지냈지? 여기 앉아."
"네, 감사합니다."
"편안하게 앉아. 왜 그렇게 앉아 있어. 벌 받아?"
"아~~ 네.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이 편안합니다."
"그래, 아빠다리 하고 못 앉아. 네가 그렇게 앉아 있으니까 내가 불편하네."
더 이상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합니다. 제가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렇게 불편하신가 봐요. 저는 편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옛날부터 무릎 꿇고 앉으라고 교육을 받습니다. '여자는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안돼. 버릇 없어. 누가 보면 흉봐 예쁘게 무릎 꿇고 앉아야 해.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예쁘다고 생각해.'
교육을 그렇게 받았는데 한국에 와서 아빠 다리를 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살 줄 알았다면 어려서부터 한국식으로 앉는 법을 배웠을텐데, 지금은 노력하려고 해도 몸에 밴 습관 때문에 고쳐지지 않습니다.
여러분께 설명을 드리려면 또 옛날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죠.
옛날에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행동하도록 배웠습니다. 여자는 가령 집안일, 요리, 청소, 아이들 교육 등을 맡아 했고 남자는 말타기, 활쏘기, 씨름, 공부하기, 돈 벌기 등이었습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자들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행동거지를 보면 여자는 부드럽고 고운 말 쓰기, 사뿐사뿐 걸어 다니기, 예쁘게 무릎 꿇고 앉기, 긴 치마 입고 다니기, 어른들 말씀 잘 듣고 존경하기 등입니다.
남자는 운동을 잘 하고, 힘도 세야 하고 물론 어른들 말씀도 잘 듣고 존경해야 했습니다. 부모의 한마디는 나라의 법과 같았습니다.
옛날 옛적에 어머니가 아들을 불러 옥상에 필요한 물건이 있으니 가져다 달라고 얘기를 하니까 아들이 어머니한테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하니 옥상 밑에 있는 방에서 아버지가 주무셔서 그렇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계신 방 옥상에 올라가면 아버지를 발로 밟는 느낌이 든대요. 그 정도로 부모님을 존경하고 말씀을 잘 듣고 컸지요. 앉는 법까지 그대로 배워 이제는 고칠 수 없는 습관처럼 되었습니다.
지금 세상은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좋은 습관과 행동은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물론 무릎 꿇고 앉는 게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남에겐 예쁜 모습이긴 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의자나 소파에 앉아 무릎 꿇고 앉을 때가 많지 않아 다행입니다. 카시모바 디요라 명예기자(우즈베키스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