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소월의 '진달래꽃' 과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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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소월의 '진달래꽃' 과 아름다운 이별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22-04-11 15:15
  • 신문게재 2022-04-12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송기한교수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봄이다. 계절에 맞게 온 산천이 꽃 대궐이다. 꽃들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진달래와 개나리이다. 진달래가 산에 있는 꽃이라면, 개나리는 길거리나 담장 주변에 있는 꽃이다. 이 두 가지 꽃이 봄을 대표하는데, 그중에 하나를 굳이 선택하라고 하면, 단연 진달래다. 이유는 우리 산천 곳곳에 가장 많이 피는 꽃이기에 그러하고, 소월의 '진달래꽃' 때문이다.

소월이 '진달래꽃'을 발표한 것은 1922년 '개벽'을 통해서다. 이 작품이 발표된 것이 올해로 정확히 100년이 되는 셈이다. 이 시는 발표될 당시에도 그러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애송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성과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감각은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나 한다. 하나는 작품의 소재인 이 꽃이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는 편재성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작품 속에 담긴 보편성이 있다는 것이다.

'진달래꽃'의 주제는 이별의 정한이다. 작품 속의 화자는 떠나는 임에 대해 그리운 감정이 있다. 하지만 그 임은 화자의 이런 마음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무언가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은 것이 있었기에 떠나기로 작정한 것이리라. 이렇게 무정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그를 다시 붙잡아보려 했다. 그래서 산천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꽃을 가시는 임의 앞길에 고이 뿌리게 된다. 이런 정성을 이해하고 마음을 돌리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으리라. 하지만 한 번 떠난 임은 다시 돌아올 리가 없다. 화자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내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이를 자기반성의 계기로 만드는 성숙성을 보여준다. 이것이 이 작품의 주제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이별의 상황을 만들고 겪으며 살아간다. 가령, 부모와의 사별도 있을 수 있고, 또 친구 간의 이별도 있을 수 있으며, 자신이 속한 직장과의 이별이나 한때 자신의 지도자였던 사람과의 이별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소월처럼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이별이 일상화된 삶을 살고 있다. 이별은 때에 따라 슬픈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또 소월의 경우처럼 마음 저리는 아픈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궁극적으로는 나의 혹은 우리의 몫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형태의 이별을 경험하고 응시한다. 떠나가는 임에 대한 아픈 정서를 승화시키지 못해서 자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으로부터 떠나는 사람에게 칭찬의 말을 주기도 하지만, 돌을 던지는 일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 나라를 이끌었던 지도자에 대해서는 어떤 수고의 말을 주기도 하지만, 비난과 혐오의 담론을 던지기도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욕하는 데에 쉽게 길드는 것 같다. 누구를 칭찬하려고 하는 사람보다 누구를 욕하고 흉보는 사람이 더 많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칭찬하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가고 인격적으로 좋아 보인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나 떠나가는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런 현상들은 이별 연습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탓이 크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별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100년 전에 소월은 '진달래꽃'을 통해서 그러한 이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다. 자신이 겪은 쓰라린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화자는 진달래꽃을 통해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자 했다. 이제 떠나가는 사람 뒤에 돌이 아니라 선홍빛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할 때가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성숙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불타오르듯 피어나는 진달래꽃이 산천을 뒤덮듯이 마음속에 혹시나 남겨져 있을 미움 또한 소월이 했던 것처럼 그렇게 덮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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