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음악의 재발견 2. 전쟁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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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음악의 재발견 2. 전쟁과 음악

안성혁 작곡가

  • 승인 2022-04-04 16:24
  • 신문게재 2022-04-05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안성혁 작곡가
안성혁 작곡가.
평화를 생각한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긴 시간을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죽음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그런데 죽음을 통해 생명을 보는 이가 있다. 지난 2월 26일 타계한 故 이어령 선생이다. 그의 물고기 비유다.

"물고기가 바다를 나오면 죽어요. 그 순간 자기가 살던 바다를 보지요. 내가 사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상태, 그게 죽음이에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中>. 암 투병 중이셨던 이어령 선생은 다가오는 죽음을 보며 생명을 보았다.

평화도 그렇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접하며 평화를 본다. 그 상황 속에서 음악은 얼마나 평화를 목 놓아 부르는가?



1. 음악, 폭력에 대한 비폭력 저항



우크라이나 빌라 트세르크바시의 피아니스트 이리나 마누키나는 피란을 가기 전 폐허가 된 집에서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다. 포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와 그녀의 집. 그곳에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쇼팽의 에튀드Op. 25 No. 1 Ab-Major를 연주했다. 연주하는 동안 주변엔 위로와 평안함이 흘렀다. 또 국경 지역에선 피란민을 위해 독일에서 온 피아니스트 다비드 마르텔로의 피아노 연주, 한국의 풀르티스트 송솔나무씨는 자작곡 '내 고향'과 여러 곡을 연주하며 피란민을 위로하고 러시아의 침공에 항의했다. 세계 곳곳의 콘서트에서 친푸틴 성향의 음악가들을 대신해 다른 음악가들이 연주했는데, 얼마 전 뉴욕 카네기 홀에서 빈 필하모니와 연주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그 예다. 이렇게 음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저항하며 항의하고 있다.



2. 가곡, 피란민을 위로하다.

우리 민족의 비극 6.25. 부산은 마지막 교두보였다. 1953년 이곳에 자유를 찾아 많은 피란민이 몰려들었다. 이 어렵고 혼란의 시기 작곡가 나운영 선생은 시편 23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작곡하여 많은 사람을 위로했다. 선생의 반주와 그의 부인 성악가 유경손 여사의 노래로 세계 초연을 했다. 나운영 선생은 목원대 음악교육과에서 명예교수까지 재직하여 대전과도 인연이 깊다. 이 가곡은 전쟁의 불안 속에서 피란민들 위로하며 힘이 되어 주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올리며 널리 연주되고 있다.



3. 캐럴의 기적, 크리스마스 휴전

1914년 12월 24일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다섯 달이 됐다. 양군은 30~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성탄 이브 독일 군인들은 위문품으로 받은 성탄 트리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트리를 밝힌 병사들은 Stille Nacht, Heilige Nacht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시작해 여러 곡의 성탄 캐럴을 불렀다. 영국 병사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다 손뼉을 치며 같이 부르기 시작했고 양 진영은 참호에서 나와 만나서 악수하고 비스킷과 담배를 서로 주고받고 가족사진을 보여 주며 담소를 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다음날 성탄절까지 이어졌다. 이 짧은 휴전에 10여 만의 군인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이들은 총칼을 서로에게 향했었다. 성탄 캐럴을 부르며 아기 예수의 인류에 대한 사랑을 통해 보편적인 삶의 가치에 느끼게 된 것이다. 1차 대전의 참상 속에서도 음악으로 인해 이런 기적이 발생했다.

코로나로 인해 600만 명 이상 죽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을 받고 전쟁 중이다. 이 상황 속에서 음악은 인류를 위로하고 힘을 주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음악을 통해 희망을 본다. 우크라이나와 인류에게 올 평화를 기대한다. 힘내자. 이 모든 상황, 이 또한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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