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미쓰비시 최소한의 선의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미쓰비시 최소한의 선의

  • 승인 2022-04-04 16:19
  • 신문게재 2022-04-0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11
요즘들어 제가 매일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기다리는 편지가 도착했을까 우편함을 열어보는 마음으로 대전지방법원 '2021라10821, 2021라10822' 두 사건을 매일 조회하며 새롭게 제출된 서류가 있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진행되는 사건은 결과가 중요한 의미를 갖기 마련이겠으나, 이번 사건은 반대로 결론은 이미 명백하게 예상되나 과정 역시 만만치 않게 중요한 성격을 갖기 때문입니다.

2021라10821 사건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상표권 특별현금화명령를 다루는 건이고 2021라10822 사건은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마찬가지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특허권 특별현금화명령을 다루고 있습니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1944년 10대 어린 나이로 일본에 동원돼 강제노역을 겪었고, 1992년부터 전범기업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일본 법원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광주지방법원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다면 보통은 그대로 이행되기 마련이나 미쓰비시는 지금껏 배상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배상을 완료하기 위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하는 사법절차를 시작했고, 그것이 앞서 설명한 '2021라10821, 2021라10822' 사건입니다. 미쓰비시는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사법절차에 일절 응하거나 의견을 내지 않고 법원의 결정문도 수령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전지법은 결정문을 법원 게시판에 공람한 것으로 전달을 완료했다는 의미는 공시송달을 진행 중이고, 두 사건은 각각 이달 12일과 22일에 송달 효력을 갖게 됩니다. 남은 절차는 미쓰비시 자산 중 현금화 대상으로 지목된 상표권 2건과 특허권 2건을 경매에 붙이는 일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일절 참여하지 않았던 미쓰비시는 이번에도 특별현금화명령에 재항고해 대법원까지 다시 가져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법원은 아마도 미쓰비시의 재항고를 다시금 기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이로써 대전지법을 경매를 통해 미쓰비시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후 양금덕·김성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법원을 통해 기다리는 것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항고장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 최소한의 서면입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호소에 대해 응답하는 것, 사법절차에 따르는 것이 제국주의를 청산한 현대 기업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화해를 위한 최소한의 선의이기도 합니다. 미쓰비시는 과연 응답을 해올까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5.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4.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