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대학입시와 연결되는 고교학점제 정면으로 충돌해 엇박자를 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부모 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겠다'며 정시모집 확대를 제시했다.
정시 모집인원 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대입 전형도 단순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학생 충원의 어려움이 있는 지역대학과 예체능계 대학은 제외된다. 사실상 현 정부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바꾼 것과 방향이 달라지는 셈이다.
윤 당선인의 교육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받을 고교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학생부종합전형이 '깜깜이 전형'이라 불릴 정도로 공정성 및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돼온 만큼 이 부분에서는 정시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대입 제도 변경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고교 교육 과정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점이다.
현 고3 학생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은 이미 대학별 시행계획이 발표됐고, 고2가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은 새 정부 출범 전인 오는 4월 시행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현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는 새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고1 학생과 학부모들은 달라지는 입시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더욱이 오는 2025년 전면 도입될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를 직접 선택해 수업을 듣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로 정시가 확대되면 제도 도입 효과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는 게 교육현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전의 한 교사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와 연결되는데, 정시 확대할 경우 결국 학생들이 수능 과목만 골라 들으려 하면서 결국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정시 확대가 되려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수능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는 만큼 공정하다는 인식은 착시에 불과하다"며 "월 100만 원이 넘는 무기로 삼아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기득권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출발점부터 불평등한 입시제도가 바로 정시"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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