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러시아 선수단은 개막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개막 전날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어 러시아와 침공에 동조한 벨라루스의 베이징 패럴림픽 참가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올림픽뿐 아니라 국제스포츠계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축구계가 움직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가 러시아 국가대표를 비롯해 러시아 소속 클럽들에 주관 국제대회에서 전면 출전 불가라는 제재를 내렸다. 러시아는 다음 달 24일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출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월드컵은 물론 해외에서 열리는 모든 축구 경기에 러시아 국적의 선수들은 출전이 불가할 전망이다. FIFA의 결정에 이어 다른 종목의 단체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종목별 국제연맹(IF)과 각종 대회 조직위원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국제 대회 초청 참가 불허를 권고했다. 베이징 올림픽 약물 파문으로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혀있던 러시아가 국제 스포츠계 '왕따'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일부에선 국가 간 분쟁으로 선수 개인에게 국제 대회 참가를 불허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을 목표로 땀을 흘려온 선수들에게 너무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러시아 축구협회(RFU)는 FIFA와 UEFA의 이번 결정에 "국제대회의 규정과 원칙, 스포츠 정신에 어긋남과 동시에 명백한 차별이다. 보호해야 할 선수와 코치, 클럽과 국가대표팀, 수많은 팬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평등, 상호존중, 정치로부터 독립 원칙을 고수해 온 국제 스포츠 세계를 분열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반발이 선수 개인에게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스포츠는 곧 평화'라는 기본 원칙을 배제한 채 말하는 이기적인 주장이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의 다섯 개의 고리는 세계 5대륙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를 상징한다. 5개 대륙이 평화롭게 손을 잡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평화의 축제에 침략자 러시아 소속 선수들의 출전 금지는 당연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한 주체는 IOC가 아니라 러시아 스스로 자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막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며 지금 이 시각 전 세계에서 뛰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한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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