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 전환의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태양광, 풍력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와 수소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수소에너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고갈될 우려나 지역 편중이 없다. 우주를 이루는 원소의 90%를 차지하며 물의 3분의 2 또한 수소 원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환경 조건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달라져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불안정한 재생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전 세계가 수소에 주목하는 이유다.
세계수소위원회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28개 수소 관련 각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 지역이 126개로 절반을 넘고, 이어 아시아 46개, 오세아니아 24개, 북미 19개 순이다. 수소 프로젝트를 유럽이 주도하고 있으며 호주와 일본·한국·중국·미국이 뒤따르며 수소 생태계를 형성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50년 수소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하고, 수소경제 시장 규모는 연 3000조 원, 누적 일자리는 3000만 개 이상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분주하다.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 R&D·인프라·수소차·충전소·안전·표준 등 6대 분야별 정책 마련, 수소경제위원회 출범 등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지난달 수소경제위원회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0%인 청정수소 비중을 2050년 100%까지 끌어올리고, 청정수소 자급률도 6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수소경제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30년까지 약 43조 원을 수소 생태계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국제 유가스 가격 변동에 따라 나라 경제가 흔들렸다. 하지만 수소경제를 통해 에너지를 일정 부분 자급하게 되면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에너지 안보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모빌리티와 발전용 연료전지 부문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전통 주력 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과 연계하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자연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수소의 특성상 물 또는 메탄을 분해해서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현재의 생산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생산 방식이다. 생산 비용도 문제다. 재생에너지에 있어서도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는 탄소배출 없는 수소(그린수소) 생산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함께 2050년에도 수소 수입국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저비용 그린수소 생산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 수소시장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수소공급망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난관을 다함께 극복하여 청정에너지 수소가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첫 번째 에너지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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