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이번 SC2021에서 중국의 한 연구팀이 고든벨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선웨이 슈퍼컴퓨터(Sunway new supercomputer)를 활용한 퀀텀 서킷(Quantum Circuit)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연구다. 2019년 구글은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공개하면서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선언했다. 당시 세계에서 제일 빠른 슈퍼컴퓨터인 서밋으로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IBM 연구팀이 1만 년이 아니라 수 일정도만 걸린다면서 구글의 양자 우위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이번에 선웨이 엑사스케일 시스템(일명 오션라이트)을 활용해서 304초 만에 퀀텀 서킷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이번 고든벨 최종 후보 6개 중에 3개가 선웨이를 활용한 연구다. 이들 3개 논문으로부터 센웨이의 성능을 유추할 수 있다. 선웨이는 10만 7520개의 CPU(SW26010Pro)로 구성돼 있고 CPU 한 개의 이론 성능(Peak Performance)은 14.025 테라플롭스다. 따라서 이론 성능 약 1.5엑사플롭스(EF)의 세계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인 셈이다.
그럼, 왜 이번에 선웨이가 톱500에 등재되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우선, 톱500 순위에 올리려면 HPL(High Performance Linpack) 실측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데, 아마도 선웨이의 HPL 수치가 엑사플롭스를 넘지 못했을 거라는 소문이 있다. 이는 근거가 약해 보인다. 현재, 선웨이 시스템은 이론성능 125PF, 실측성능 93PF로 톱 500리스트 4위에 등재돼 있다. 이론 성능 대비 실측 성능이 약 75%인 셈이다. 따라서, 새로운 선웨이의 이론 성능이 1.5EF라면 실측 성능은 1.1EF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0여 년간 슈퍼컴퓨팅 초강국을 자랑해 온 중국이 톱500에 일부러 등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2010년대 초부터 CPU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끝나면서 슈퍼컴퓨터 성능 측정 시 HPL 수치에 의미를 너무 두지 않으려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 슈퍼컴퓨팅 응용센터(NCSA)는 2012년에 구축한 블루워터 시스템의 경우에 응용들의 실측 성능을 강조하면서 HPL 성능에 의존하는 톱500에 등재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과 첨예한 반도체 전쟁 중인 중국 당국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이번에 톱500 등재를 못하게 했다는 설도 있다. 지난 12월 초에 고성능컴퓨팅 아시아(HPC Asia) 운영위원회가 화상회의로 열렸다. 필자도 운영위원으로서 참석했다. 회의 중에 중국의 엑사스케일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불쑥 나왔다. 순간 모든 이목이 중국 측 위원에게 쏠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노코멘트"라는 반응이다.
중국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실체에 대한 추측성 설이 한동안 회자될 것 같다. 2022년 새해에는 미국의 프론티어와 오로라, 중국의 오션라이트, 텐허3, 수광 엑사스케일 시스템을 톱500에서 나란히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도 하루빨리 인공지능의 핵심 엔진이 될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길 기대한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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