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달빛걷기대회]20대 연인부터 3대 가족모임까지 걷는행복 즐겼다

  • 스포츠
  • 생활체육

[대전 달빛걷기대회]20대 연인부터 3대 가족모임까지 걷는행복 즐겼다

20일 월화수목 걷기대회 직접 걸어보니
깊은 숲속에 온듯 조용하고 가을운치 최상
'힐링' 연발한 연인과 아버지 생신모임 일가족
대덕대교와 신세계백화점 야경에 감탄사

  • 승인 2021-11-21 10:45
  • 수정 2021-11-21 11:17
  • 신문게재 2021-11-22 7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20211121-달빛걷기대회5
20일 월화수목 대전달빛걷기 대회 기간 중 참가자들이 갑천을 걷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20일 오후 5시 30분 섭씨 13.3도 풍속 0.9m/s의 바람을 몸으로 느끼며 걸음을 떼었다. 갑천 맞은편에서는 비상을 준비하는 지 열기구가 풍선처럼 부푸는 중이었다. 도로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갑천변에 내려와 걷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대전이 맞나 되묻는 생경함이 느껴졌다. 갑천이 물이 많고 넓은 강이었던가 한번 놀랐고 그곳을 떠다니는 레저보트를 보면서는 한 번도 타보지 않고 대전을 노잼이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속으로 뉘우쳤다.

등번호를 붙인 대전달빛걷기대회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출발하기를 기다려 조금 늦게 출발선에 섰다. 바쁘게 오가는 도로 위 풍경과 다르게 갑천변은 여유 있었고 예상외로 조용하기까지 했다. 내 발걸음 소리가 양 발에서 조금 다르게 나는 것 같아 걷는 자세를 교정해보았고, 앞서 가는 사람들의 대화도 의도치 않게 듣게 되는데 같은 도시에서 사는 이웃들에게 즐겁고 슬픈 일은 무엇인지 조금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갑천을 굽어보는 대전KBS에 약간의 야간조명을 설치해도 시민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줄텐데하는 아쉬움을 안고 대덕대교를 통과하자 예상 외로 깊은 산속에 들어온 느낌이 전해졌다. 갑천 양쪽 도로가에 식재된 오랜 수령의 가로수가 도심 조명을 가리고 소음을 막아주면서 좀처럼 느끼지 못한 적막감을 선사해줬다. 같은 시간대 천변은 축구공으로 드리블을 연습하는 시민과 야구공을 주거니받거니 캐치볼하는 아버지와 딸 그리고 섹소폰을 연습하는 중년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조금 늦게 출발해 앞서 걸어가는 이들을 쫓아가며 대전달빛걷기대회에 참가 중인 이들에게 대화를 건냈다. 가장 먼저 만난 참가자는 20대 연인 팀인데 여자친구가 이번 걷기대회 광고를 보고 재미 있을 것 같아 남자친구와 참가하게됐다고 한다. 대화 중에 놀란 것은 이들 커플은 대전에 거주하면서 이날 갑천을 처음 걸어본다는 것이고, '힐링'이라는 단어를 연발했기 때문이다. 20대 연인이 힐링이라는 단어를 꺼낼만큼 저 제방 너머 육상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해 두 번째로 대화를 건넨 팀은 중학생 딸을 동반한 가족이었는데 달빛걷기대회에 여러 번 참여한 경력자였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전 수많은 사람이 운집한 걷기대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던 이들 가족은 오히려 오늘처럼 소규모로 움직이는 게 더 운치있고 만족감이 든다고 설명했다. 중학생 딸이 손가락으로 가르켜서야 걷는 와중에 해가 졌고, 붉은 달이 떴다는 것을 알았는데 완전한 보름달이었다. 한번 더 발걸음을 빨리해 앞서가는 또다른 가족을 만났다. 할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녀까지 3대가 모인 일행이었는데 아버지 생신을 맞아 가족 10명이 모였고 걷기대회를 마치고 생신축하 저녁식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려 손자손녀까지 총출동한 가족 모임에서 7㎞ 걷기를 실천한다는 게 남다르게 여겨져 한참을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70세를 넘긴 아버지와 어머니가 걷기를 즐겨하셔 가족 모임 장소로 대전달빛걷기대회를 선택했다고 한다. 걸음이 빠른 어머니는 소년를 데리고 먼저 걸어나갔고, 할아버지는 아들내외와 걸음을 맞추며 쉴새 없는 대화가 오갔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걷기앱을 확인해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가 5㎞를 넘어 이번 대회에 종반을 향하고 있음을 알았고, 그동안 평균속도 5.2㎞/h, 최고 9㎞/h 걸었노라고 단말기가 안내해주었다. 한국과학기술대학교(KAIST) 앞을 지나면서 눈앞에는 대덕대교와 엑스포다리 그리고 신세계백화점의 야경이 펼쳐졌다. 그 너머로 걷기대회 출발할 때 뜨거운 공기를 주입하던 열기구가 완전히 펼쳐져 엔진을 켤때마다 전구모양의 기구는 깜박깜박 빛을 발했다. 참가자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에 사진을 담았다. 대덕대교와 38층 신세계백화점의 야간조명을 배경 삼아 늠름하게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참가자가 있고, 가족 단위로 찍을 수 있도록 옆을 지나던 참가자가 카메라를 대신 들어주기도 했다. 대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 앞에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었고, 대화의 내용은 건강과 희망으로 모이는 듯 했다. 엑스포다리에 올라서자 등번호를 부착한 걷기대회 참가자들은 대전야경을 즐기러 나온 관광객들과 뒤섞였는데 가을 보름달이 최신의 도시를 비추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걷기대회를 통해 변화하는 대전을 만끽하는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제10회 월화수목 달빛걷기대회를 마쳤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野단독 감액 예산안 충청 현안 빨간불
  2. [현장] 대전 'AIDT 전시회' 간 학부모 "아이에게 도움될지 의문"
  3. 오토바이 사고 매년 540여 건 "번호판 등록제 등 규제 필요"
  4. [사설] 충청 단체장 '흔들림 없는 시·도정' 주문
  5. 충남대, 지역 대표 향토기업 '성심당' 임선 이사 초청 특강
  1. 김용하 건양대 총장 "지친 시험기간 간식 먹고 힘내세요"
  2. [사설] '월인천강지곡' 세종시 기탁 꼭 성사되길
  3. 탄핵 무산에 따른 반발 교수·종교계까지 확산…"대통령의 폭동"
  4. 대전교육청 연말 재정집행 점검으로 지역경제 챙긴다
  5. R&D 예타 폐지 국무회의 의결, 이달 국회 제출… 尹 탄핵 정국 논의 관건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트램시대 열렸다… `2028 일류 교통도시` 기대감

대전 트램시대 열렸다… '2028 일류 교통도시' 기대감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사업이 11일 착공에 들어가면서 28년 만에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달 트램 1·2·7 공구에 대한 공사를 시작으로 2028년 개통을 목표로 달리게 된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일류 교통도시 대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는 이날 1996년 정부의 기본계획 승인 이후 28년 만에 유등교 상류 둔치에서 대전 트램 건설공사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비롯해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강희업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교육감, 구청장, 시·구의원 등..

국방·행안 장관직대 “비상계엄 불법·위헌”… 총리·국무위원 사과
국방·행안 장관직대 “비상계엄 불법·위헌”… 총리·국무위원 사과

김선호 국방부 장관·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권한대행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불법·위헌’이라고 인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다수의 국무위원은 국민 앞에 백배 사퇴하라는 요구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김선호 대행은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회에 병력을 보낸 것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정당한 명령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죄 현행범으로 보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질문엔 "네,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김..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20. 대전 유성구 노은2동 피자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20. 대전 유성구 노은2동 피자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지역 교수들, ‘윤석열과 공범들을 탄핵 처벌하라’ 충청지역 교수들, ‘윤석열과 공범들을 탄핵 처벌하라’

  •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 ‘윤석열 대통령 즉각 체포하라’ ‘윤석열 대통령 즉각 체포하라’

  • 멈춰 선 열차와 쌓여 있는 컨테이너 멈춰 선 열차와 쌓여 있는 컨테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