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의 피아노 협주곡 |
동토의 땅 러시아. 이곳 사람들은 우리처럼 아이들을 키울 때 포대기에 싸서 업고 키운다. 이렇게 포대기에 싸서 키운 아이들은 정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러시아 음악들을 좋아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드라마 '모래시계'에서도 '쥬라블리(백학)',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중 No 2번 왈츠 등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명곡들이다.
불화를 화해로 이끈 피아노 협주곡.
1875년 10월 25일 한 피아노 협주곡이 미국 보스턴에서 독일의 저명한 지휘자이며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 피아노 연주와 지휘자 벤자민 존슨 랭의 지휘로 초연하는 현장이다. 시작은 혼의 팡파르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성이 풍부한 선율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이 협주곡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으며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 협주곡을 구상하게 된다. 작품의 초고를 스승인 니콜라이 루빈슈타인(Nikolai Rubinshtein)에게 들려준다. 루빈슈타인은 이 작품을 듣고 매우 혹평하였다. 차이코프스키는 매우 자존심이 상했고 둘은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이후 그는 한스 폰 뷜로(Hans von B?low)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냈고 한스 폰 뷜로는 이 작품을 초연하면서 브람스와 생상의 반열에 올리며 극찬을 하였다. 그렇게 이루어진 초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해 1875년 12월 3일 모스크바 연주를 들은 루빈슈타인은 자신의 혹평을 철회하고 루빈스타인 자신도 이 작품을 자주 연주하였다. 둘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졌다.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작품이 둘 사이를 화해시킨 것이다. 그렇다. 음악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다.
시련을 이기고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1901년 11월 9일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더 실로티 지휘와 작곡가의 피아노로 초연되었다. 바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였다. 그의 프렐류드의 C#단조와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그는 교향곡 1번을 작곡하였다. 그런데 그의 기대와는 달리 끔찍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한 충격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니콜라이 달 박사는 그에게 "이 시련을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최면 치료를 하였다. 그는 회복하여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게 된다. 그의 걸작 피아노곡 '프렐류드 C#'단조는 종소리를 연상케 하는 후주로 마친다. 그런데 그의 피아노 새로운 협주곡은 종소리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의 서주부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시련을 딛고 다시 시작하여 명작을 쓰겠다는 의지를 알리는 것처럼. 작품 전체에는 러시아 특유의 낭만적 선율과 역동적인 열정이 가득하다. 그가 정신적 시련을 겪고 만들어낸 걸작은 듣는 이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다.
음악에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또 자신의 역경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힘을 준다. 혹평과 슬럼프를 이겨내며 작곡된 위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들으며 다시 시작해보자. '위드 코로나'의 시작이다. 다시 한번 힘내보자. 코로나 이 또한 지나가리니….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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