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안 2단계 지구단위계획도. |
도시계획 구역 밖에 있는 학교 부지를 매입하도록 특정한 것도 모자라 땅 100% 확보를 주택사업승인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특정 부지 100% 확보라는 무리한 요구로 인해 해당 부지의 토지 보상가가 2~3배가량 뛰는 등 알박기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
사업시행자가 학교설립이라는 공익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도시계획 밖에 있는 부지를 확보토록 강제해 강제수용도 불가능해져 현재까지도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교육청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무리한 조건만을 내걸고 학교 부지는 사업시행자만의 몫이라는 갑질 행태를 보여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대전교육청 행정과는 지난해 12월 도안 2-3지구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와 관련 협의 의견 공문을 대전시에 발송했다.
공문 내용은 실시계획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신설 학교용지는 1만 1570㎡ 이상의 면적으로 개발지구 남측(10BL 내)에 위치한 용지에 대해 소유권을 100% 확보(등기 완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대전교육청이 부지를 특정한 것도 모자라 100% 확보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마치 ‘황견계약’과 같은 조건을 내 걸은 것이다.
당시 대전시 관계자도 대전교육청의 실시계획 인가 조건에 대해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한 것과 똑같은 것으로 무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부지 100% 확보 후 등기라는 조건으로 인해 사업시행자는 현재까지도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된 부지를 단 1평의 모자람도 없이 등기를 완료해야 한다는 교육청 제시 조건을 알게 된 토지주들이 실거래가 보다 2~3배가량 높은 토지 보상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악성 알박기 투기꾼'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도안 2-3지구 사업시행자이자 시공사인 부원건설 관계자는 "너무 무리한 요구지만 실시계획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조건을 받아들인 뒤 토지 확보에 힘쓰고는 있지만, 기존보다 2~3배가량 오르고 더 높은 토지 보상가를 요구하는 토지주들로 인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확보 시기 조정 등을 대전교육청에 요구했지만, 알박기 등의 문제는 교육청과는 관계없다고 강조하며 조건대로 이행할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개발·건설업계는 대전교육청의 이 같은 무리한 요구와 학교 부지 확보에 나몰라라 하는 태도에 대해 갑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역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강제수용이 불가능한 땅을 100% 확보 후 등기까지 완료하라는 조건은 부동산 계통 누구에게 물어봐도 몹시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것"이라며 "교육청 관계자 중 토지주와 관련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한다. 현재 대전교육청의 행태는 갑질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 A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는 학교용지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교육청은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학교 설립 시기도 제대로 맞출 수 있다"며 "어려운 건 사업자에 떠넘긴 채 모두 해결해오면 검토하겠다는 태도인데, 교육청이 학교를 설립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교육청은 해당 사업구역에 학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행 사업시행자가 학교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다소 무책임한 말만을 일관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행정과 관계자는 "단순하게 생각해 보라. 이곳에 학교가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대전교육청은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업시행자에게 부지를 100% 확보하라고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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