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 RF/전력부품연구실 박사 |
일본 시장 전문 잡지 후지경제(2017)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규모는 2025년 약 33조 원 규모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0% 이상 증가를 보여 내연기관차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전력반도체의 95%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존 실리콘 전력반도체보다 최대 10% 이상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질화갈륨(GaN)이나 탄화규소(SiC)가 20년 전 미국,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진행돼 최근에는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도 부품기술의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새로운 전력반도체 소재인 산화갈륨(Ga2O3) 반도체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상용화할 필요가 있다.
산화갈륨은 질화갈륨이나 탄화규소 소재에 비해 반도체 웨이퍼의 제조 비용이 최대 30% 수준으로 매우 낮다. 또한, 더 우수한 물성(物性)으로 전력변환 효율은 더 높으며 칩은 더 소형화가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이러한 장점과 중요성으로 인해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연구 그룹들도 자국 정부의 체계적 지원하에 활발하게 기술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산업부의 지원으로 국내 최초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전기전자재료학회 산하에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를 설립, 운영 중이다. 매년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전문학술워크숍 개최와 개방형 연구(Open R&D)를 통해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아주 의미 있는 행사가 과학도시 대전에서 열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공동 주최로 '산화갈륨 얼라이언스(K-GOAL)'가 드디어 출범한다. 얼라이언스는 산화갈륨 관련 분야 산·학·연 기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 로드맵 구축, 반도체 성장펀드·IR 콘퍼런스 등을 통해 기업 투자유치 연계뿐만 아니라 수요 기업과의 공동 사업화로 개발된 산화갈륨 반도체의 수요처 발굴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로써 필자 또한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장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지난 8년여간 노력과 열정의 꽃이 드디어 피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차세대 반도체 관련 국내 연구진의 성과도 눈에 띈다. 2인치와 4인치 에피소재의 기술을 개발한 바 있으며 필자 또한 연구진들과 함께 2.3kV 산화갈륨 모스펫(MOSFET) 소자와 세계 최고 수준의 4인치 소자 제조공정 기술을 개발해 냈다.
지금까지 국내 산·학·연 전문가 중심의 연구개발을 주도해 온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 활동과 함께 최근들어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의 벨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정부부처와 기업 중심의 '산화갈륨 얼라이언스'의 수요처 발굴과 투자유치 등 사업화 역할과 정부의 기술창업 지원 정책 등 전주기적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가 과거 질화갈륨이나 탄화규소와 같은 전력반도체 기술 종속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강국에서처럼 정부 주도의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중장기 예타사업 등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등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2030년 이후에 펼쳐질 글로벌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에 부합하는 전기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컨슈머,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우주, 항공 등 다양한 전력산업과 관련된 거대한 저탄소 신시장에 부합하는 거대한 고효율 전력전자 시장 선도가 가능할 것이다. 문재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 RF/전력부품연구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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