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제안 후 구청과의 사전협의 기간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등 구역 지정 기간이 늦으면 1년이 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전시에서 정비사업과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통합심의 등을 도입했지만, 협의 절차 등으로 사업의 시작부터 지연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지역 내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구역지정 등의 단계에서 중복되는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에 속도를 높여 주택공급을 원활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전시 등에 따르면 정비사업 추진과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개별로 진행하던 주택건설사업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하는 '주택건설사업 통합심의' 방식을 도입했다.
주택건설 사업승인을 위해선 개별법에 따라 순차적으로 도시계획, 교통, 건축, 경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통합심의를 도입하면 최소 6~9개월, 재심의 등으로 길게는 1년 가까이 소요되던 심의 기간을 한 달 반에서 2개월 안으로 단축할 수 있다.
정비업계에선 해당 방식 도입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 단축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심의 이외의 절차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의 첫 시작점인 입안제안 기간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입안제안을 하게 되면 구청과 사전협의를 하게 된다. 사전협의에서는 아파트 배치, 설계 부분 등 사업 전반에 대한 협의가 이뤄진다. 소요 되는 기간은 3~4개월이다.
이후 관련 부서 협의가 이뤄진다. 관련 부서 협의는 사전협의에 나왔던 내용에 대한 구청의 각 부서의 의견을 취합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사전협의 기간에 나왔던 의견들이 다시 한차례 논의된다. 보통 이 기간이 보름 정도 소요되는데 만약 관련 부서에서 보완 요청이 나왔다면 다시 내용을 보완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절차가 늘어진다면 이 기간만 반년 가까이 소요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절차가 끝이 아니다. 이후에는 구의회 의견청취가 있다. 의견청취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도 있지만, 만약 회기가 아니라면 몇 개월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이다음은 시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구청과 마찬가지로 관련 부서 협의가 이뤄지며 부서에서 보완사항이 발생하면 또다시 보완해 제출하고 최종 통과 시 심의를 받게 된다.
이처럼 복잡하고 중복되는 절차 탓에 정비업계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역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첫 시작부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사전협의가 그렇다. 물론 사업을 조율하는 단계이기도 하지만, 사전협의에 나온 사항들이 관련 부서 협의에서도 논의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소요할 만큼의 절차인지는 고민해볼 만 하다"며 "전체적인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협의 기간을 줄이는 등 중복되는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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