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만?… 대전 자치구청에 부는 양성평등 당직제

직원 절반이 여성, 조직문화 개선 필요성 제기....5개구 중 유일하게 중구만 제외

<속보>=공직사회에도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남성 공직자에만 적용했던 숙직이 양성평등 숙직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본보 2021년 1월 11일 5면 게재>

25일 대전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직원들 사이에 양성평등 당직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해 서구를 시작으로 유성구와 동구가 차례로 여성들을 숙직에 투입했다.

양성평등 당직제를 시행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가장 먼저 한 서구의 8급 이하 남성들은 43일에 한 번씩 돌아오던 숙직이 96일로 개선되기도 했다.

이전에는 새벽 시간 로드킬로 인한 동물 사체를 치우거나 교통사고 잔재물을 처리하는 등 현장 업무와 야간에 방문하는 술 취한 사람 등에 대한 여성 직원의 부담이 해소되지 않아 자치구에서 해당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숙직의 가장 큰 고충이었던 사체 처리가 대부분 위탁 운영되면서 당직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여성 공무원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면서 직원들 사이에 양성평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실제 대전 5개 자치구의 경우 지난 1월 기준 전체 직원 4248명으로, 이 중 남성은 2021명(48%), 여성은 2227명(52%)으로 여성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청사 공간 확보, 직원 안전 등의 이유로 망설이던 대덕구도 지난 1일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청사 내 야간개방에 대한 대안점을 찾지 못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민 접촉을 최소화하게 되고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50% 이상의 여성 공무원 숙직참여 찬성 응답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됐다는 게 대덕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덕구 관계자는 "숙직을 그동안 위험하다고 남성들만 했는데 막상 실제로 위험할 건 없고 오히려 일직보다 편했다. 일직은 낮에 민원 처리가 많아 현장 업무도 많고 어려움이 크다. 숙직 다음 날은 대체휴무도 사용할 수 있어 여성 공무원들도 당당하게 쉴 수 있다"며 "갈수록 여직원의 비율이 늘어나는데 행정기관도 그에 따른 조직의 체형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숙직제도는 그것을 반영한 가시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숙직 제도는 평일·주말 야간 당직(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주말 등 공휴일 일간 당직(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등으로 분류된다.

당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 공무원의 숙직이 대전 자치구에 본격적으로 진행됐지만 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중구는 난감해하고 있다. 여전히 근무 인원과 휴게공간 분리 등 개선 방안을 찾기 어렵고 미혼 여성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신성룡 기자 milk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