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돈의 시대, 우리의 정신건강은 안녕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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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돈의 시대, 우리의 정신건강은 안녕하신지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

  • 승인 2021-04-22 14:51
  • 신문게재 2021-04-2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
코스피지수가 3200을, 코스닥지수가 1000을 넘나든다. 비트코인 시세는 8000만 원을 오르내린다. 얼핏 상식적으로는 가치가 없어 보이고 무한대의 발행이 가능한 도지코인이 무섭게 상승한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 이제는 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을 때에도, 왜 우리는 그때 그 동네로 이사 가지 않았던가, 누구 때문에 그 결정을 했던가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그리고 지인, 또는 지인의 지인이 샀던 주식과 코인의 상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을 토해낸다. 바야흐로 돈의 시대다. 돈의 시대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겠느냐마는, 이제는 돈이 모든 것의 중심에 들어와 있는 시대가 됐다.

돈이 돈을 복사하고, 모든 자산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시대에 고리타분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우리는 과연 건강하고 행복한가? 그런 사람들이 썩 많아 보이진 않는다. 나는 왜 모든 사람이 자산에 투자할 때 투자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푸념하며, 벼락거지라고 스스로에 대해 체념하는 사람들. 자산은 비록 늘었으나, 종잣돈이 부족해 상대적인 자산 증식의 속도가 느림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 혹은 사회적인 투자 분위기에 뒤늦게 부동산시장으로, 주식시장으로 들어왔다가 오히려 돈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부를 일구었으나 본인의 성에 차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들. 사회 전체의 부와 자산은 늘어났을지 모르나 오히려 사회 전체의 박탈감과 상실감이 더 늘어나 보인다. 매일매일 자산의 등락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기분이 변화한다. 자산 등락에 대한 과도한 집착,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은 이전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한의학에서 정신건강을 다루는 개념 중에 탈영(脫營)과 실정(失精), 그리고 사즉기결(思則氣結)이라는 개념이 있다. 동의보감의 기록에 따르면 귀족으로 살다 천민이 돼 생긴 병을 탈영이라고 하고, 부자로 살다가 가난해져 생기는 병을 실정이라고 한다. 즉 탈영실정(脫營失精)은 부와 명예를 갑자기 잃게 돼 급격한 심리적 충격에 빠지면서 영이 탈출해버리고 정을 잃게 된다는 한의학적 병리상태를 의미한다. 사즉기결은 생각과 염려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몸에 기운이 잘 뭉치는 상태를 말한다. 기운이 뭉치게 되면 희로애락의 변화가 잦고, 밥맛도 잃고, 수시로 대상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강박증이 생긴다. 매일 검색창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이 아닐는지. 정보가 투명하고 신속히 교환되는 우리 시대에 절대적인 탈영실정보다 상대적인 탈영실정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듯하다. 부를 잃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부가 늘어가는 속도보다 자신의 속도가 느릴 때에도 우리는 이러한 증상이 생기게 되는 것을 느낀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법이다. 뉴스와 인터넷으로부터의 정보는 매일매일 밥맛을 떨어뜨린다.

최근 사회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정신적인 병리 상태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산을 축적하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 대가로 정신적인 건강함이라는 또 다른 자산을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점검해보자. 괜스레 울분과 불안, 조급함이 느껴진다면 나의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할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뭉쳐진 기운은 소통시켜야 해결된다. 내 몸과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인터넷과 뉴스는 잠시 멀리하자.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내 마음과도 대화를 나눠보자.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내 마음이 본연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대화를 나눠보자. 우리 모두 경제적으로 부유해지자. 하지만 그 대가로 건강을 희생하지는 말자.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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