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의 원수가 이츠수가 되기까지… 깨끗한 물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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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의 원수가 이츠수가 되기까지… 깨끗한 물의 비결은

송촌정수사업소 정수 전과정 현장에서 살펴보니
깨끗한 대청호에 다시 한번 행복한 도시 깨달아
대전 유일한 고도정수처리... 대전 물 탁도 0.05

  • 승인 2021-04-12 08:39
  • 수정 2021-04-16 09:4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대청댐의 원수(原水)가 우리 집 수돗물로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어떤 노력이 더해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과거 정수사고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1991년 구미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화학물질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돼 영·호남 지역민이 피해를 입었고, 2019년 인천에서는 가정 수도꼭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왔다. 2020년에는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오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대전에서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보고돼 시민들이 놀랐다. 하지만 유충은 물에서는 살 수 없는 나방파리 유충으로 주택 하수구에서 유입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정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셈이다.

대전시민이 사용하는 물은 전국에서도 깨끗하기로 손꼽힌다. 이는 대청댐 원수 자체가 좋은 것도 한몫하지만, 전국에서도 일 잘하기로 소문난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수준 높은 기술력 덕분이다. 대전에서 가장 먼저 준공한 송촌정수사업소를 방문해 깨끗한 물 '이츠수'가 집으로 오는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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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집-침전-여과 단계를 거치는 송촌정수시설 모습.
송촌정수사업소의 시계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중앙제어실부터 각 공정이 이뤄지는 구간별로 최첨단 기계와 함께 수십 년의 노하우를 체득한 직원들이 보이지 않게 배치해 있다. 낮에는 물론이고 야심한 밤까지 당직자가 송촌정수사업소를 지킨다. 이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상수직원들의 직업정신이다.



정해철 송존정수사업소 정수팀장은 대전에서 정수사고가 없었던 이유로 잦은 인사 교체와 4교대의 열악한 근무 조건 속에서도 육안 감시가 이뤄지는 체계에 있다고 봤다. 정 팀장은 "인천과 제주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 사건은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 송촌사업소는 직원의 남녀 구분, 직급 관계없이 4교대를 통해 중앙제어실과 현장 육안 감시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본 사람의 노하우와 기계의 역량이 더해져 실수가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구 추동 대청호 물은 '취수' 과정을 통해 자연유하 방식으로 중리취수장에 모인다. 이렇게 모인 물은 대형펌프를 통해 대전 8개 사업소로 보내지는데 이 과정을 '도수'라 부른다. 정수장에 모인 물은 '착수정'으로 보내져 물의 양을 조절하고 수위동요를 안정시키는 3분의 과정을 거치고, 약품실에서 넣어준 정수약품이 빠르게 물과 섞이도록 급속 교반하는 혼화 과정을 2분 동안 거친다.

이후부터는 본격 정수 과정이다. 송촌정수사업소에선 '응집' 과정부터 눈으로 살펴볼 수가 있었다. 응집은 물의 맛을 결정하는 첫 과정이라 보면 된다. 약품이 들어간 물에는 부유물질과 약품이 엉긴 '플록(floc)'이 형성된다. 약 30분 동안 응집기 교반이 가동하면서 플록은 점차 커진다. 전문가들은 플록의 결정 형태만 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플록은 먼지 형태로 보여서 의문이 든다. "물이 왜 이렇게 더럽죠? 혹은 너무 탁하네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침전지에서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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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에 아래로 침전된 플록이 눈에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졌다.
정해철 정수팀장은 "응집지에서 침전지로 물이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플록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물이 맑아지는 걸 볼 수 있다. 한순간에 가라앉기보다 물이 흐르면서 체류하는 동안 가라앉는데, 바닥에 가라앉은 플록은 밖으로 걸러내고 여과지로 이동하게 된다"고 했다.

여과지는 말 그대로 다시 한번 물을 걸러내는 단계다. 자갈 20㎝와 모래 1.2m 높이를 통과하는데, 여과지의 성능 유지 또한 깨끗한 물을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송촌사업소는 여과지의 모래와 자갈을 3일에 한 번씩 공기와 물로 역세척하고 있다.

기존 표준정수처리는 여과지 단계를 거치면 배수지에 모였다가 각 가정으로 간다. 송촌정수사업소는 여과지 이후 고도정수처리라 부르는 오존처리와 활성탄여과지 두 단계를 더 진행하기 때문에 특별하다. 전국에서 고도정수처리를 도입한 곳이 많지만, 대청호의 물은 여과지 단계만 거쳐 음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전은 축복받은 지역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존처리실은 정수 단계를 거쳐온 물과 오존이 만나는 모습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단 지하공정실 모습을 카메라로 볼 수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는 여기에 오존을 쏘는 형태다. 15분 동안 오존 과정을 거치면 염소보다 강한 산화력으로 바이러스와 미생물을 제거한다. 또 철과 망간, 기타 미량 유기물질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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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 높이로 쌓인 입상활성탄 위로 정수된 물이 마지막 여과를 위해 수조에 담겨 있다.
이후에는 입상활성탄 과정으로 넘어간다. 송촌정수장은 중국에서 수입한 활성탄을 사용하는데, 유효경이 0.9㎜지만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여러 개의 기공이 있어 다시 한번 냄새 유발물질과 분해된 미량의 유기물질 등을 흡착한다. 입상활성탄은 약 2.5m 높이로 5~6일에 한 번씩 역세척으로 관리한다.

정수장으로 모인 물이 집으로 오기까지 전 과정은 약 하루면 가능하다. 다만 물 사용량에 따라서 사업소가 물의 양과 배수량을 결정해 운영하고 있다.

정해철 정수팀장은 "현재 고도정수처리는 송촌에만 설치해 대덕구와 동구민에게만 전달하지만, 곧 월평정수장에 설치해 올해 안에는 대전 시민 모두가 더욱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질 기준은 대전은 법정 검사항목 외 153개 항목을 자체 설정해 총 242개 항목을 통해 검사한다"며 "정수 사업은 전국 광역단체가 직접하고 있는데 대전은 원수 요금이 전국에서도 가장 저렴하다. 또 대전의 물을 세종과 계룡에 판매하기에 자부심을 갖고 이츠수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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