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록 대전경제통상진흥원장 |
대전도 연구개발(R&D)을 통해 4차산업 메카가 되고자 한다. 지금의 산업 변화 시기는 달리기의 바톤터치 시점과 유사하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과학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스타트업파크 조성, 바이오랩 센트럴 유치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과학 도시가 되려면 총론적으로 ACE+DB (AI, Carbon free, E-business & Data, Bio economy: 인공지능, 친환경, 데이터 및 바이오 경제)가 선도사업이 돼야 한다. 각론에서는 시민 공감형 사업별 실현 목표가 설정될 필요가 있다.
대전이 과학 도시가 되려면 자원·인력 이외에 꼭 이룰 수 있다는 시민들의 강한 의지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우수한 인력, 기술, 자본,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 테드(TED) 강사 사이먼 시넥(Simon Sinek)에 따르면 혁신하려는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라이트형제보다 더 나은 여건을 가진 사람이 실패한 경우를 살펴보자. 사무엘 랭리는 하버드대학 물리학 학위, 육군성의 자금지원, 그리고 당대 최고 지식인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꾸려 비행기 개발에 착수했다. 이에 반해 라이트형제는 대학교육도 받지 못했고, 인력이나 재정도 열악하다 못해 개발에 착수한 인력은 그들 자신뿐이었다.
그러나 설정된 목표에 도달하려는 라이트형제의 의지는 랭리보다 강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 기계를 발명할 수 있다면 세계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 랭리와 달리 라이트 형제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갖고 과학자들을 만나 부족한 지식을 쌓으며 열과 성의를 다했다. 1903년 하늘을 나는 최초의 기계는 라이트 형제가 개발한 '플라이어호'라는 비행기이며 그들의 업적은 이후 전 세계에 놀라운 변화를 선도했다.
사이먼에 따르면 혁신 전파법칙이 있다. 특정 혁신제품에 대한 최초구매 인구의 2.5%는 혁신가이다. 다음 13.5% 구매인구는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 다음 34%는 초기 다수(early majority), 그다음 34%는 후기 다수(late majority) 그리고 16%는 느린 수용자(laggard)로 구성된다. 대전이 성공적인 과학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15~18%를 넘어서는 변화급가속점(tipping point)을 타 경쟁 도시보다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전은 랭리와 라이트 형제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대전은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위치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40개 연구기관과 카이스트를 포함한 18개 대학이 소재하고 있으며 지난해 8000억 원 이상의 벤처자금이 유입됐다.
혁신환경은 어떤가? 2020년 세계지적재산기구(WIPO) 혁신역량지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1개국 중 10위, 대전은 22위로 서울의 3위에 이어 두 번째다. 혁신역량지수가 매우 우수하다. 그런데 왜 국제적인 혁신기업이 대전에서 아직 탄생하지 않았을까? 답은 여기서 찾을 수도 있다. 대전지역 특허출원· 등록 수는 전국의 19.8%로 서울의 25.0%에 이어 2위이지만 R&D를 통한 사업화 수는 6.3%로 서울 22.1%, 경기 18.2%에 비해 낮은 편이다. 사이먼 설명에 따른다면, 과학 도시 도약을 위한 초기 수용자는 충분하다. 그러나 대전이 4차 산업 선도 ACE+DB 도시가 되는 시점은 담대한 전략수립, 꼼꼼한 집행 그리고 기필코 사업화를 이루겠다는 신념으로 가득 찬 시민이 18% 이상이 될 때가 아닐까 싶다. 뭔가 잘하는 사람을 에이스라고 한다. 대전이 4차산업에서만은 ACE(에이스)경제이길 바란다.
/배상록 대전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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