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 |
최근 들어 대학 구성원들에게 벚꽃 피는 순서란 대학이 망하는 순서로 통한다. 올해 대학입학전형 결과를 보면 정원대비 미달 비율로만 최대 31%가 넘는 대학이 있고, 미달 인원 기준으로는 최대 780명이나 되는 대학도 있다. 총장이 자진 사퇴를 선언하거나 총장 사퇴를 요구한 대학소식도 들린다.
대학이 망하는 데 있어 벚꽃 피는 순서는 봄기운과는 무관하다. 서울에서 먼 곳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라는 이름의 블랙홀은 모든 가치를 집어 삼켜왔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분연히 나서야 한다. 지방대학 살리기는 애초부터 중앙정부의 전공분야가 아니었다. 이제부터라도 중앙의 논리가 아닌 지방의 논리로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 지방이 스스로의 해법을 찾지 않는 한 중앙정부의 예산 따내기는 죽은 목숨을 연명하는 방편에 불과하다. 관련 교육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것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전은 대학도시다. 대전에는 16개의 사립대학이 있다. 국립대와 정부출연 대학 5개까지 합하면 모두 21개나 된다. 이들 대학운영을 통한 총 수입은 국고보조금 2천여억 원을 포함하여 2019년도 기준 9천여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대전시 세입예산 규모 5조7천억 원의 15.8%(일반회계 대비 23.4%)에 해당하고, 대전시가 거두어들인 지방교부세 수입과 맞먹는다. 세종시에 이어 2019년 기준 전국 2위의 성장률(3.3%)을 보인 대전시 지역내총생산(GRDP) 42조 8천억 원 규모의 2%를 차지한다. 대전지역의 교육서비스업은 3조원 규모로 2019년 경제활동별 GRDP 비중의 7%에 달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지역경제 살리기 측면에서도 교육서비스산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대전지역 대학생은 전문대생을 합쳐 13만5명 정도다. 대구(11만4천명), 광주(10만8천명), 인천(6만7천명), 울산(3만2천명)지역과 비교하더라도 우위에 있다. 서울, 경기, 부산, 경북, 충남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6위에 해당한다. 전국에서 대전으로 유학 오는 수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전이라는 공간을 유력한 선택지로 마음에 두고 있다. 이들이 우리와 함께 정주하고 대전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는 문제는 지역대학만의 몫은 아니다. 대전광역시와 대전교육청이 적극 손을 내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자치구도 맞들어야 한다.
미국과 독일 등의 일부 도시에서는 대학생들이 학생증으로 버스와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한다. 시립박물관의 입장과 시립예술단의 공연도 무료다. 강의실과 도서관이 대학 울타리를 고집하지 않고 도시 공간 깊숙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재교육과 교양교육의 장을 열어 지역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자치구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교육청·대학협의회·기업협의체 등 유관기관과 단체가 의기투합하여 지역 내 고등학생들에게 지역대학으로의 진학과 연계한 '지역 내 기업과 국가기관 및 공기업 취업을 연계한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어떠한가.
지역대학의 위기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지원사업 프로그램 유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깊어질 뿐이다. 대전 과학연구단지의 교육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실전적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자. 청년들이 지역공동체 곳곳에서 공부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자. 교육과 연구 그리고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해법 제공에 활발한 지역대학의 성장은 인구감소를 막아내고 지역경제를 살리며 지역사회 미래를 위한 역동성을 제공하는 화수분이다.
땅끝마을은 바다에서 보면 새로운 대륙의 시작이다. 전국의 인재를 대전으로 모아 씨 뿌리고 열매 맺도록 하는 커다란 밭을 일구자. 우리가 한밭(大田)이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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