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선 대전지원장 |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이러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다가올 미래의 회의 모습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회의가 쉽지 않다. 외부기관 과 영상회의를 하려면 정부에서 만든 '온-나라 PC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음향이나 영상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줌'이나 '구글미트' 등 화상미팅 플랫폼은 보안에 취약할 수 있어 공공기관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려면 편리성, 보안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의료현실은 어떠한가.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년이 넘도록 공회전 중이던 원격의료 논쟁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상시적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 지난해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이어 작년 12월에 감염병 관련법을 일부 개정해 위기경보 발령기간 동안에 한하여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한시적 허용 범위는 우선 가벼운 감기 환자나 만성질환자 등에 전화상담, 전화처방, 대리처방, 화상진료 등이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한 경우에는 별도 공간에서 화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집계된 통계에 의하면, 이번 코로나 확산세로 전국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 비대면 진료는 금년 1월까지 140여만 건에 달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상태지만 상시 제도화까지는 멀게만 느껴진다. 의사단체의 반대가 주된 이유다. 직접 진찰이 불가능한 비대면 진료 자체에 한계가 있고, 법적분쟁 가능성과 병원 문턱이 낮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물론 동의되는 부분도 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보건산업진흥원 자료(2020.7월)에 의하면, 미국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공공 의료보험 지원 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했고, 보건부 산하 CMS(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에서 지침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SNS 어플리케이션 사용이 가능해졌고, 기존에 제공해온 의료서비스 외에 80여개 항목을 추가 허용했다.
독일은 2015년 e-health법을 통과시켜 헬스케어 관련 어플리케이션 처방이 가능한 등 의료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영국도 2016년 NHS Digital을 설립해 비대면 의료서비스 제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온라인이나 전화진료 등을 통해 비대면 질환 범위를 대폭 넓혔다. 초진도 포함되고 의약품 자택 배송도 가능하다.
통계청 발표(2020년)에 의하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8세로, 일본,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세계 네 번째다. 2030년이 되면 한국이 세계 1위 장수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WHO, 2017년). 만성질환자도 매년 증가해 전체 성인인구의 약 40%에 달한다(질병관리청, 2019년).
지난해 국내인구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 보다 많아지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을 맞았다. 이제 한국은 '인구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고령자의 경우 농산어촌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다. 노인요양시설 이용자도 늘고 있는데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와 진료 받는 것도 힘에 부친다. 촉탁의 제도가 있긴 하지만 어려운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해결해야할 난제들이 많다. 지난번 언론 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장이 "이번 백신접종 완료가 코로나 종식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보다 더 강한 감염병이 언제든 도래할 수 있다.
대비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한번 겪은 위기가 반복되는 게 더 큰 문제다. 언컨텍트 사회를 미리 준비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진료실도 더 이상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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