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이미 서울시는 올해 시작과 함께 '자치경찰제도팀'을 출범시켰고, 강원도도 지난달 29일 강원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충청남도 역시 지난 3일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지난달 4일 대전경찰이 지금까지의 '대전지방경찰청' 현판을 '대전광역시경찰청'으로 바꾸면서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올해 6월 30일까지 이러한 준비와 시범실시를 거쳐 7월 1일부터 시도마다 저마다 특색 있는 자치경찰, 민생치안이 시행된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주민들이 느끼게 될 가장 큰 변화는 시·도마다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할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치경찰사무에 관하여 시도경찰청장을 직접 지휘·명령한다는 점이다. 종래 경찰청장이 전국치안을 통일적으로 관장하던 것과 구별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경찰인사, 예산, 임용, 평가 및 인사위원회 운영 등에 관하여 일정한 권한을 갖고 지역의 자치경찰사무 전반에 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특히 시도경찰청장의 임용과 관련하여 경찰청장과 협의하고, 경찰서장의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관한 평가결과를 경찰청장에게 통보함으로써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인사에 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만큼 자치경찰위원회의 주민 중심적 구성과 운영 여부는 민생치안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될 성부른 나무라면 떡잎부터 달라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세상에 나올라치면 소위 힘 좀 쓰는 자리와 감투 욕심에 부적절한 인사들의 설레발로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고위급으로, 대개 정무직공무원 1급이나 2급으로 보하게 되는데,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1명 지명할 수 있고 나아가 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시도지사의 권한행사를 주목할 일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다지만 제1기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뒷날 선례로 남기에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주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주민공동체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 구성권을 가진 시도의회, 교육감, 위원추천위원회 등의 위원추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 모두가 제1기 자치경찰위원회가 주민의 눈높이에서 가장 적합한 인사로 구성되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시도지사가 어떠한 면면의 자치경찰위원장 혹은 위원을 지명하고 임명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추천권자들 또한 어떤 위원을 추천하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자치경찰의 성공적 안착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다. 최근 어느 자치정부가 실시한 시민인식조사에서 자치경찰 실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응답이 5%를 넘지 못하였다. '자치'경찰이란 이름이 무색할지경이다. 그동안 자치경찰제도 도입 논의에 있어서 경찰청 등 중앙정부가 국가경찰 중심의 관점에서 자치경찰의 사무구분과 후속 법령작업을 주도하였고, 상대적으로 시도와 주민은 도입절차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시도와 주민의 미온적 태도와 무관심도 일조한 면이 없지 않다. 몇몇 시도의 경우를 보면 자신의 자치경찰사무를 정하는 조례 입법예고 내용에 중앙정부가 제시한 '표준 조례안'을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표준'이라는 의미 그대로 하나의 '틀'로 삼되, 시도의 특색에 맞게 이를 적극 수정할 권한이 있음에도 망설이는 것이다. 자치정부의 '자치'에 대한 고심과 저마다의 치안환경에 맞는 자치경찰사무 개발 노력이 아쉽다. 향후 주민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절실한 내용을 자치경찰사무로 삼아 시도 조례로 제정할는지 궁금해진다. 주민만을 바라보며 주민의 눈높이에 걸 맞는 자치분권을 기대한다./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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