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의사법 개정으로 과잉배출 부작용 우려 제기

반려동물 가구 증가와 맞물려 수의사, 동물보건사 인력이 늘어나면서 자질 부족으로 인한 동물 학대 등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수의사법 개정으로 문턱이 낮아지는 만큼 의료인으로서의 직업의식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 한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강아지에게 의료진이 화장실용 탈취제와 향수를 분사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후 화장실용 페브리즈를 뿌리며 의료진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도 찍혔다. 이로 인해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동물병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 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13일 기준 13만 5161명이 동의해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 명을 앞둔 상태다. 반려견에 대한 학대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수의사를 보조하는 의료진에 대한 자격요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동물병원의 수의 테크니션은 반려동물 관련 학과 전공자도 있지만, 일반 고졸자부터 전공자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수의 테크니션이 되는 데 별도의 자격이 필요 없고 문턱이 높지 않은 점을 잦은 의료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내년 8월 28일부터 발효되는 '수의사법 개정안'은 기존 '동물보건사'에 대해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로 동물의 간호나 진료보조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게 골자다.

앞으로 동물보건사가 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양성기관에서 이론, 실습교육을 이수하고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된 수의사법은 학원을 포함한 평생교육기관 수료자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해 과잉배출 부작용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동물 관련 의료진 수급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대전수의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마다 500여 명의 동물병원 관련 보건사가 배출되는 공급 과잉 상태로 동물병원의 폐업은 증가하고 있으며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타 업종에 종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동물병원은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하로 영업이익률은 더 낮다. 결국, 근로시간의 증가 등 의료진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교육의 내실을 확보하고 동물 의료체계 정비 등 각 분야에 고르게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