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불황의 그림자가 의료계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마스크 착용이나 손씻기 등 개인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아이들의 미등교 장기화, 야외 활동 기피 등이 이어지면서 감기나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감염성 질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인 셈이다.
17일 통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소아청소년과 89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1년간 폐업한 의원 수(98곳)의 90%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대전 지역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3곳이 폐업한 상태로 휴업 중인 병·의원의 숫자까지 더하면 더 많은 소아과 의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대전 서구에서 소아과를 운영 중인 A 씨는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 접종 말고는 환자가 하루에 몇 명 되지 않는다"며 "저출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호소했다.
호흡기 질환 발병이 크게 줄었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 자체가 급감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전국 아동병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외래환자는 전년 대비 약 59% 감소했으며 외래진료수입 약 50% 감소했다.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없어지면 아이들과 부모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몇 달을 안 갔더니 다니던 소아과 의원이 폐업 중이라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저출산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에 대한 긴급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사태 이후 아동병원 축소가 계속된다면 한창 자라나는 소아청소년 건강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 꼭 있어야 하는 필수병원이 소아청소년과지만 사실상 비급여 진료가 거의 없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진료비 가산 등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