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조 700년 계룡산성 훼손도 심각…헬기장·등산로에 일부 제모습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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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조 700년 계룡산성 훼손도 심각…헬기장·등산로에 일부 제모습 잃어

몽고군에 맞서 깊은 산에 큰 산성
군사시설·등산로에 원형 잃은 곳도
연말까지 충남도 문화재 지정 추진

  • 승인 2020-10-03 12:22
  • 수정 2021-05-09 22:39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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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문필봉과 관음봉, 쌀개봉 그리고 정상 천황봉 능선을 따라 마름모꼴의 계룡산성이 해발고도 400m 높이의 남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700여 년 전 대몽항쟁기 계룡산 정상에 쌓은 ‘계룡산성’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구간에서는 산성의 원형지가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자의 손길을 닿지 않은 미답사 구간이 상당히 남아 있어 문화재 관리·보존방안의 수립 및 실행이 절실히 요구된다.

▲몽고군 침략에 저항 '험산대성'=계룡산산성은 1994년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에 근무하는 조성열 씨에 의해 그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으나, 실은 1231년 고려시대 중·후기 몽고의 침략에 양민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류기정 (재)금강문화유산연구원장이 2017년 지표조사 결과, 이곳에서 수습한 기와 파편에 새겨진 '계룡산방호별감(鷄龍山防護別監)'은 고려 후기 왜(倭)와 몽고(蒙古)의 침략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산성 등에 파견한 군대의 지휘관을 말한다.



(재)금강문화유산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몽고의 침략으로 인한 대몽항쟁기(1231~1270)에 각지의 전략적 요충지에 성을 쌓고 양민과 별초군을 지휘해 대몽항쟁을 수행하던 군사 지휘관이다.

몽고군은 침략을 거듭하면서 침공 시기를 가을 추수 전으로 변화하고, 1년 이상 장기간 체류하면서 대규모 살육을 자행하는 방식으로 고려의 국토를 유린했다.

이때부터 고려는 험산대성(險山大城)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해발고도 600m 이상 높은 고지에 둘레가 대략 5~7㎞에 이르는 대규모 성곽들을 축조했다.

높은 산에 쌓은 대규모 산성은 축조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완성된 후에는 몽고군이 포위해 공격하기 어렵고 많은 수의 양민(입보민)을 수용해 성안에 보호하며 장기항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도에 있는 남한산성을 비롯해 용인의 처인성, 전남 장흥 수인산성 등이 계룡산성과 같은 시기에 축조된 입보용 험산대성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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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는 위치에 계룡산성은 몽고군의 침략 경로인 공주와 논산을 바라보고 이곳에 양민을 수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성 위치도.(사진=금강문화유산연구원)
▲공주-논산 양민보호 및 적 관측 위치=몽고군의 침공 규모가 커지는 3차(1235~1239년) 전쟁 이후부터는 경기도 안성(옛 죽주)과 충남 공주를 거쳐 전주, 부안까지 침략했고, 4차 전쟁시에 다시 공주와 전주를 몽고군이 유린했다.

계룡산성은 몽고군이 공주를 지나 논산을 거쳐 전라도로 진출하는 길목을 차단하고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양민들이 대피해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연장 4.86㎞에 달하며 연천봉과 문필봉, 관음봉, 쌀개봉, 천황봉의 능선을 잇는 석축을 쌓아 북쪽에 배치하고 남쪽으로 경사로를 따라 높이 5m 이상의 석축을 연결해 마름모꼴의 산성을 완성했다.

고도가 가장 낮은 산성은 해발 425m 위치에 축조됐고, 가장 높은 곳은 해발 830m의 쌀개봉 지역으로 하나로 연결된 성벽의 상하 높이 차가 400m에 달한다.

이로써 계룡산성은 남쪽인 신원사 방향을 내려다보는 지형을 갖췄는데, 몽고군이 침략할 때 통과하는 공주와 논산을 내려다보고 적의 규모를 파악해 수시로 항쟁을 벌일 수 있는 구조로 추정된다.

다만, 계룡산성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지 않아 이곳에서 실제 전투가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으며, 조선시대 폐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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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사 방향 등산로에 위치한 계룡산성 모습.
▲붕괴·훼손 현재 진행 중=계룡산성은 인근에서 자연붕괴된 돌을 채집해 축조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산성의 규모에 비해 이에 필요한 바위를 캐는 채석장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석축 하단에는 비교적 큰 돌을 쌓고 그 위에 30~50㎝ 정도의 깨진 돌을 불규칙하게 쌓는 방식으로 축조했으며, 급경사의 지형에서는 계단식으로 성벽을 부분적으로 이어서 경사지를 올라간 모습도 확인됐다.

다만, 계룡산성 곳곳에서 붕괴되거나 인위적으로 훼손된 모습도 관찰된다.

(재)금강문화유산연구원의 2017년 지표조사에서 동쪽 쌀개봉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가장 경사가 급한 지형으로 이 일대 붕괴상태가 가장 극심했으며,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천황봉 주변은 이곳으로 연결된 차단성벽과 망대지 등의 조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유실된 상태다.

또 일제 강점기 이후 계룡산 일대 숯가마들이 조성되면서 계룡산성 성돌을 옮겨다 가마를 짓는 등 훼손됐다.

지금도 등산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산성 출입구로 사용된 북문지가 연천봉 고개를 넘는 등산객 휴식 장소로 사용돼 제모습을 잃었다.

이 같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계룡산성은 충남도는 물론 문화재청에 산성으로 등록조차 되어있지 않다.

이에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는 연말까지 충남도 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신청할 계획으로 문화재 등록 단계까지 진행해 700년 이상 된 계룡산성을 보호할 방침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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