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입구에 자리 잡은 오솔길 계단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니 낮은 철재 펜스 안으로 큼지막한 봉분이 있었고, 비석만이 후백제 왕 견훤 능이라고 말해줄 뿐 주변에는 이에 대한 어떠한 시설도 없어 왕의 무덤치고는 초라하고 적막했다.
견훤은 서기 900년 신라의 혼란을 틈타 완산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를 세워 한때 후삼국 중 가장 큰 세력으로 성장하기도 했으나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장남 신검과의 내분으로 서기 936년 고려에 의해 멸망했다.
후백제를 시작한 완산(현재 전주)이 보이게 묻어달라는 견훤의 유언에 따라 이곳에 무덤이 자리 잡았다.
능 옆으로 아이들과 공놀이하기에 적당한 잔디밭과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이 풍성한 쉼터도 있다. 누군가 찾아주지 않는다면 견훤은 역사 속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한적한 곳에서 가족만의 소풍을 즐기고 싶다면 견훤이 잠든 이곳을 추천해 본다.
논산=이스나르띠안다니 명예기자(인도네시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