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 내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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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충청인에겐 '은근과 끈기'에 인내심이 강하다고 한다. 은근은 야단스럽지 아니하고 꾸준하다는 뜻이며 끈기는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버티어 나가는 기운을 말한다. 인내심은 괴로움, 슬픔, 억울함 등을 참는 것을 말한다.
또한 충청인은 개방성과 포용성, 양반과 선비정신, 구국 의병정신 등 시대를 이끄는 유전자를 품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방성과 포용성은 타인에게 배타적으며 텃세를 크게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충청도로 이사온 외지인들이 정착에 큰 어려움이 없고 사업이나 장사할 때 타지역에 비해 난관이 많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이유가 작용한다.
선비정신은 올곧고 바른 길을 지향하려는 의지이며 목적을 위해 편법과 반칙을 서슴지 않는 행동을 경계한다. 그런 충청인의 성향을 감안해 중앙부처나 기업체, 금융기관 등에선 인사부서에 충청출신을 많이 배치한다고 한다. 자신의 업무권한에 있다하더라도 지연, 학연, 혈연 등 사적 인연을 경계하며 공정한 인사업무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오너 입장에선 권한을 위임해도 장난(?)치지 않으니 얼마나 좋겠는 가.
구국정신은 나라가 혼란과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국의 일념으로 가장 먼저 떨쳐 일어나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했던 애국애족의 정신이다.
충청인에게 따라붙는 이같은 수식어는 긍정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정적 요소도 숨어 있다. 야단스럽지 않다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과 뜻을 관철해야 할 사안이 발생했을 때 목소리를 제대로 못낸다는 의미가 감추어져 있다. 정치적 힘이 강하고 목소리가 큰 지역과 집단이 우대받는 시대에선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우유부단하다' '뜨뜨미지근하다' '멍청하다' '느리다'며 충청인을 비하하기도 한다.
개방성도 조건이 있다. 외지인에게 텃세부리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주인의식과 자존심은 지켜야 된다. 충청 향토기업 건설사가 타지역에서 아파트 분양 등 사업 진행시 신고식을 혹독히 치루는 반면 타지역 건설사들은 충청지역에서 너무나 손쉽게 돈을 벌어간다.
선비정신도 생각할 게 있다. 조직의 인사나 정부 예산배분 권한 자리에 있다면 자격이 갖추어진 충청출신 인재는 과감히 발탁하고 지원해 지역인재풀 외연에 앞장서야 한다. 국책사업 선정이나 예산배정 등에선 충청이 홀대받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
충청인의 정치의식은 선진형이다. 진보와 보수정당은 물론이고 정치신인 등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지역이다. 특정 정당 후보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 절대 아니다. 지역연고에 고착화 된 특정 정당을 향한 묻지마식 투표가 횡행하는 한국의 정치 고질병을 타개한 사람들이다. 역대 선거결과에서 보듯 충청인의 선거 결과는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다.
한국 정치발전을 견인한 충청인이다. 그럼에도 각종 국책사업이나 고위직 인사 등에서 충청인은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치발전을 퇴보시킨 영호남이 상대적으로 더 챙겨가는 모습에선 서글프다.
그렇다 보니 충청지역을 대변하는 지역정당 필요성 목소리가 있어 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충청의 미래당'이 조명받는 이유다. 충청민과 지역 이익을 챙기고 충청 중심의 한국정치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박석우 당 대표는 JP와 이회창 전 총재 등 충청출신 거목 정치인들을 모셨고 충청 정치인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충청의 미래'모임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과 활동해 온 인물이다. 영호남 출신 정치인으로선 국가와 정치 대통합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고 충청 정치인 중심의 대통합을 외치고 있다.
충청의 미래당 출범은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강한 경고를 하는 셈이다. 괴로움, 억울함을 참아온 인내심 많은 충청인을 제대로 대변하고 보듬어 왔는 지를 말이다.
충청의 미래당이 이번 총선에서 찻잔의 미풍에 그칠 지, 태풍으로 남을 지는 지켜 볼이지만 그 메시지는 기존 정치인과 위정자들이 굳게 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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