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晏(늦을 안), 子(아들 자/남자 존칭 자), 之(어조사 지), 御(어거할 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출전은 사기, 관안열전(史記, 管晏列傳)에 기록된 사건이다.
이 고사성어의 비유는 두 가지로, 그 하나는 변변치 못한 지위를 믿고 우쭐대는 기량이 작은 사람에 대한 비유와 또 다른 경우는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백성들에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어리석은 자에 대한 경종(警鐘)이다.
안영은 중국 제(齊)나라의 유명한 재상이다. 지혜로운 정책으로 제나라를 부강(富强)하게 만든 사람이지만 안영이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진짜 이유는 겸손(謙遜)한 태도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안영이 급하게 볼일이 생겨 마차를 준비시켰다. 마부는 신이 나서 행차할 준비를 했다. "내가 고함칠 때마다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니까 괜히 으쓱해진단 말이야!" 마부는 벌써부터 목을 꼿꼿이 세우고 한껏 우쭐거렸다. 특유의 오만함이 저절로 나오는 모양세다.
"물럿거라! 제(齊)나라 재상(宰相)께서 행차하신다!"
마부(馬夫)가 소리치자 백성들은 얼른 길옆으로 비켜나 머리를 조아렸다. "흥, 무식한 것들!" 마부는 채찍을 휘두르며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고함소리에 꼼짝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백성들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방금 지나간 마차 주인이 누구야?" "안영(晏?)나리의 마차인 듯한데, 하는 행동을 보면 꼭 저 마부가 주인 같구먼." 마차가 지나가자 백성들은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렸다. "이랴, 어서들 물럿거라. 재상께서 나가신다!" 채찍이 사정없이 허공을 갈랐다.
그날 따라 마차는 마부가 사는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 마부의 아내는 이 모습을 보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마차가 오는구나. 어디 우리 남편 일하는 모습 좀 볼까?" 마부의 아내가 남편을 보러 나왔다. 그런데 마차를 보는 순간, 아내의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내는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제 당신하고는 함께 살 수가 없어요! 당장 떠나겠어요!" 느닷없는 아내의 호통에 마부는"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떠나겠다니, 못 살겠다니?" 라고 반문하자 아내가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토록 유명하신 안영 나리께서는 겸손하기 이를 데 없이 마차에 앉아 계시더군요. 너무 겸손해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올 정도였지요. 그런데 당신은…" "내, 내가 뭘 어쨌단 말이오?"라고 하자 아내는 "겨우 남의 마부로 일하는 사람이 마치 재상이나 된 듯 우쭐대는 꼴이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부끄러웠는지 앞으로 동네사람 보기 창피해서 당신과 어떻게 살겠어요?"
아내의 호된 꾸지람을 들은 마부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의기양양했던 자신의 모습이 남들 보기에는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생각하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 후부터 마부는 사람이 싹 달라졌다. 마부가 달라진 것을 느낀 안영은 그 까닭을 물었고, 자초지종을 듣게 된 안영은 그를 가상히 여겨 벼슬자리까지 천거해 주었다.
안영은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유명한 고사성어를 낳았던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과 쌍벽을 이루었던 인물이다. 그는 재능이 뛰어났음에도 겸손했으며, 제나라를 천하의 강국으로 만들 만큼 치세(治世)에 능력이 있었던 출중한 인물이었다. 그의 언행은 공자(孔子)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여서 안자(晏子)라는 경칭(敬稱)까지 얻게 되었다.
그 뒤로 턱없이 우쭐대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안자지어(晏子之御)라고 부르게 되었다. 안자지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그 첫째는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백성들에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경종이며, 둘째는 재상인 안영의 태도로써, 자신이 가진 권력이 백성으로부터 나오며, 그 권력은 백성에게 아무리 겸손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획득된 권력(어떠한 권력이든)을 개인의 영달이나 욕심을 위해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요즈음 우리사회는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큰 권력으로 알고 행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주 낮은 말단 공무원은 사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직분을 수행해야 되는데 민원해결보다는 자기의 권한 행세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말단 공무원들도 그런데 하물며 높으신 위정자들의 행태는 어떠하겠는가? 국민을 우습게보고 함부로 막말과 속임수로 일관하니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가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채근담에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이라고 했다. 곧 남을 대하기를 봄바람(따뜻함)같이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와 같이 엄하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노자(老子)는 多言數窮 不如守中[다언삭(자주 삭)궁 불여수중]을 당부했다. 곧 말이 많으면 자주 막히는 법이니 말을 아껴 가슴 속에 담아두라는 뜻이다.
백성들은 매우 순수해서 위정자들이 말을 아끼면 흔들리지 아니하고, 약속을 하지 않으면 기대하지도 않으며, 거짓말을 아니 하면 분노할 일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이나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현대사회는 과학이 발달하여 살기가 대단히 편리해 졌지만 겸손과 양보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특히 권력의 선상에 있는 사람들의 행태는 사람으로 인정하기 엮겨울 때도 있으니 안자마부의 행실을 배워야한다.
국민을 속이고, 우습게 보고, 우롱하고, 나아가 겁박하고, 꼼수까지 서슴지 않으니 하늘의 노함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답답해서 하는 소리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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