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은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자칫 묻혀버릴 수밖에 없는 작은 임무를 목숨 걸고 수행한 병사의 이야기입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아 실화인지도 잘 알 수 없습니다. 샘 맨데스 감독은 이 작은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원 콘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방식을 사용합니다. 영화 전체를 하나의 숏인 것처럼 끊어지지 않게 합니다. 편집의 예술인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끊고 이어붙이는 방식을 고유한 특징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스코필드와 블레이크 두 병사를 따라갑니다. 인위적 재단을 내려놓습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요소는 시간의 지속입니다. 지속된 시간을 통해 숭고한 그들의 행로를 온전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가 실제 시간 그대로인 것은 아닙니다. 점심시간 무렵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의 행로가 두 시간의 러닝타임으로 영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끊어진 부분 없이 영화 전체가 지속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재단되지 않도록, 필요한 부분만 선택되지 않도록, 편집되지 않도록 합니다. 실상 타인의 삶을 이렇게 온전히 바라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른바 '짤방'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세상사와 사람들의 삶이 손쉽게 재단되고 편집되어 유통되고 소비됩니다. 인간 존재와 삶의 숭고함을 기억하는 일은 급속히 희소해져 갑니다.
영화는 숏의 지속으로 인해 지루해지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참호와 평지, 철조망 지대와 강물, 마을과 숲 등으로 장소가 계속 변화됩니다. 또한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의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전쟁 영화 특유의 긴장과 박진감이 상실되지 않도록 합니다. 이 영화는 올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여러 부문에서 경쟁한 작품답게 대단히 창의적이고 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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