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2020년 슈퍼컴퓨팅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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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2020년 슈퍼컴퓨팅 어디로 갈 것인가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 승인 2020-02-23 09:55
  • 신문게재 2020-02-21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황순욱이미지(NEW)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2020년 슈퍼컴퓨팅 풍향계는 어디를 가리킬 것인가? 첫째, 슈퍼컴퓨터 핵심 엔진인 프로세서 선택의 폭이 인텔 x86 중심에서 점점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RM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덴버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ARM기반 슈퍼컴퓨터로서 일본 후지쯔의 A64FX 프로토타입과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아스트라가 톱 500 순위에 각각 159위와 198위를 차지했다.

특히, ARM 아키텍쳐에 백터 처리 기능을 대폭 확장한 A64FX칩을 장착한 상용 슈퍼컴퓨터의 약진 여부가 올해 관전 포인터 중의 하나이다. 지난 2월 3일에 후지쯔는 A64FX칩 기반 후지쯔 FX1000노드 2304개로 구성된 이론 성능 약 7.8 페타플롭(초당 1000조 번 연산)의 상용 슈퍼컴퓨터를 여름에 나고야 대학에 구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미국의 크레이사에서 제작한 A64FX칩을 장착한 크레이 CS500 시스템도 '톱 500' 리스트에서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영국의 브리스틀 대학 등에서 A64FX기반 크레이 슈퍼컴퓨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2020년에는 엑사스케일(초당 100경번 연산) 슈퍼컴퓨터 구축 윤곽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9월 5일 자 필자의 칼럼에서 미·중·일 3국에서 세상에 나오게 될 7개 엑사스케일 시스템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본은 A64FX기반의 후가쿠 시스템을 지금 한창 이화학연구소(RIKEN)에 구축 중이다. 여름에 설치를 완료하고 시험 가동을 거쳐서 2021년부터 본격 서비스 예정이다. 성능은 400-500 페타플롭스 정도로 엑사플롭스의 절반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한 일본의 논리가 흥미롭다. 후가쿠에서 10 페타플롭스 시스템인 후가쿠의 전신인 K 컴퓨터보다 100배 이상 빨리 풀 수 있는 응용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엑사급 시스템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2020년 엑사스케일 시스템 구축 목표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동안 공언해 오던 2020~2021년 목표 3개의 엑사스케일 시스템인 선웨이, 수곤, 텐허-3에 대해서 관련 기관들이 최근 들어 언급을 자제하거나 회피하고 있다. 이는 작년 6월 중국 슈퍼컴퓨터 관련 제조사 및 연구소에 대한 미국의 핵심 부품의 수출 제한 조치의 영향으로 중국의 엑사스케일 컴퓨팅 프로젝트에 부분적으로 차질이 생긴 것 같다. 또한 이러한 미국의 수출제제 조치 영향으로 중국 3개의 엑사스케일 시스템 중에 하나는 후카쿠처럼 ARM기반 중국 자체 프로세서 기술 기반으로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계획대로 2021~2022년 구축 목표로 차세대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오로라 시스템과 차세대 AMD 프로세서 기반의 프론티어와 엘카피탄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실측 성능으로도 엑사플롭스에 최초로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유럽연합(EU)은 2023년을 목표로 ARM기반의 EU 자체 프로세서 기반 엑사스케일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등의 변수들 때문에 아직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2020년 글로벌 슈퍼컴퓨팅 동향으로 볼 때,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국가 차원의 산·학·연 역량을 모아서 ARM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핵심 인프라인 엑사스케일 컴퓨팅 자원 확보 전략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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