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
이날 시무식은 직원 없는 썰렁한 시무식이 연출됐다. 2층은 대부분 자리가 비었고, 1층도 군데군데 빈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무식은 사내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시무식 참석이 강제가 아니다 보니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 경청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중계는 부득이 참석 못하는 직원들이 보라는 것이지 사무실에서 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시무식은 평소와 달리 오후 5시에 열렸다. 허 시장이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하면서 일정이 오후로 미뤄졌다. 오전과 달리 하루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열려 참석이 쉽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무식은 조직의 수장이 새해 각오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조직의 한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에 조차 참석하지 않는다니 조직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한지 알 수 있는 한 대목이다.
내용도 형식적이었다. 허 시장과 직원의 소통을 위한 직원 질문을 담긴 메시지를 뽑아 답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허 시장의 피부 미용 비결을 묻는 등 질문 수준도 어이가 없는데 다 이마저도 몇 개 밖에 읽지 않았다. 허 시장은 "직원들이 민감한 질문을 못한 것 같다"며 황급히 마무리했다. 신년사도 아쉽다. 대부분이 외부 행사와 동일한 메시지가 많았다. 더 심각한 것은 허 시장이 신년사 말미에 "나머지는 신년사(공개된)를 참조해라"라는 말을 한 것.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참석한 직원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직원들이 들었을 때는 성의 없는 표현 일 수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해야 하는 게 수장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무식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부산시나 LG는 올해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관례적인 형식을 탈피하자며 '강당 시무식'을 탈피하고 온라인 시무식을 가졌다. 조직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색 시무식을 갖는 지자체도 많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대전시 직원들은 '썰렁한 시무식'을 단순히 관례 형식 탈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려면 확실히 하자.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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