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건너 편 홍성과 예산이 맞닿은 용봉산과 수미산 자락의 너른 평야지대에 995만 평방미터로 조성된 계획도시인 내포신도시.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이 지난 2012년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도단위 공공기관이 잇달아 입주하면서 나름 도시형태를 갖춰 나가고 있다.
2020년 도시 완성을 목표로 2007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내포신도시는 지난해 말 도시조성 공정률 94% 정도를 보이고 있다. 내포신도시 인구는 지난해 말 2만 600여명 선. 당초 계획했던 수용인구 10만명엔 한참 모자란다. 목표인구 미달은 정주여건 미흡에 기인한다. 종합병원과 기업, 대형마트, 각종 편익시설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썰렁한 상가와 거리의 모습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배어난다.
아쉬움은 또 있다. 도단위 일부 공공기관의 내포신도시 이전이 더디다는 점이다.
과거 충남도청 소재지였던 대전시가 충남에서 직할시로 분리돼 대전과 충남이 광역단체로 나눠졌을 때 도단위 공공기관은 여전히 대전에 잔류했었다. 대전에 남아 있는 충남도청과의 업무교류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실상은 대전에서 생활해 온 직원들이 도시 생활권을 떠나고 싶지 않은 점이 작용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충남도청이 도내로 이전했다면 도단위 공공기관도 신속하게 도청 곁으로 옮기는 게 도민들에 대한 예우다.
충남교육청과 충남경찰청, 충남농협 등 많은 도 단위 공공기관들은 지난 2012년부터 내포신도시로 옮겨 왔다. 그런데 충남농민과 어민을 위해 존재하는 농어촌공사 충남본부는 도민 곁으로 성큼 다가오지 않고 아직도 대전 도심에 남아 있다. 내포신도시에 확보해 놓은 본부 신축건물 이전 부지엔 잡초만 자랄 뿐이다. 금년에 착공할 계획라는 데 지켜볼 일이다.
정부기관 충남사무소의 위치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올해 개청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충남중소벤처기업청 얘기다.
충남중소벤처기업청은 천안에 위치한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에서 충남의 분리 필요성을 정부가 인정해 지난 해 신설을 확정했다. 충남중기청 신설엔 정부에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시한 천안 지역구 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공로가 크다.
충남중기청 입지는 천안으로 결정됐다. 유치전에는 천안과 홍성 내포신도시, 당진이 경합을 벌였다.
박 의원 측은 충남도내 1인 이상 중소기업체 중 천안시 소재기업이 31%를 차지하고 아산을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45%가 위치해 기업과 근거리 서비스 제공, 사업 효율성 확대를 위해선 천안이 소재지로 결정된 건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천안으로의 입지가 잘못 됐다는 것은 아니다.그렇지만 필자는 충남 전체의 발전과 도청소재지 내포신도시 발전을 위했다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고 본다.
천안 아산에 실수요자가 45% 분포했다면 나머지 지역에 55%가 있다는 얘기다. 그들의 입장도 고려해 봤어야 한다. 특히 논산, 보령, 서천 등의 남부권 소재 공단과 중소기업체의 접근 편의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충남도청과의 업무소통을 위해선 어디가 유리한 지도 따져봤어야 할 문제다.
특히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 정부 공공기관과 기업체 등을 유치해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육성하려는 충남도의 계획을 고려해 본다면 충남중기청의 내포신도시 입지 실패는 엇박자로 비춰진다. 내포신도시 내 정부기관 합동청사 준공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청사 건물이 쓸쓸해 지지는 않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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