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색동옷으로 갈아입으려고 막 꿈틀대는 가을, 여덟 명의 연구회 선생님들과 인천 송도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우리가 이번 연수를 통해 함께 생각하고 해결하고 싶었던 과제는 '내 삶을 되찾는 것', '내가 좋아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를 함께 읽었다. 연수 장소를 송도로 정한 것도 이 책의 저자인 김태현 선생님을 만나 뵙고 싶어서였고, 김태현 선생님께서는 기꺼이 저자와의 대화를 허락해주시고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추천해주셨다.
대전에서 두 시간을 달려 송도에 도착했다. 송도의 첫인상은 '고급스러운 인공도시'였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펄럭거리는 외국 국기들이 우리가 국제도시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태현 선생님을 만나 들깨삼계탕을 후루룩 배부르게 먹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카페콤마로 이동했다. 김태현 선생님과 책에 대한 이야기, 교사로서 살아가는 것의 기쁨과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 교사로서 오래 잘 살기 위해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다음 우리는 인천 구도심에 있는 버텀라인 재즈바로 이동했다. 맥주 한잔을 가운데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에 더해 피아노-더블베이스-드럼 트리오의 연주를 들으며 재즈의 매력에 홀딱 젖었다. 세 연주자가 각자 자기 악기에 몰입하는데 각기 다른 세 선율이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는 지점이 짜릿했다. 특히 드럼 연주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고, 영화 '위플래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앤드류가 정적 속에 드럼 연주를 이어가던 명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발랄하면서도 나른하게, 간드러지면서도 박진감 있게 이어지는 연주에 몰입하는 즐거움에 빠져 2시간을 금세 보냈다. 대전에도 이런 공간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더니, 고맙게도 좋은 후기가 있는 재즈바 몇 군데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헤이리 예술마을로 향했다. 김태현 선생님께 추천받은 청음 카페를 찾았다. 좀더 쉽게 말하면 '클래식 음악다방'이라고나 할까. 컴컴한 실내가 내 키보다 더 큰 웅장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듣고 싶은 클래식 음악을 쪽지에 써두면 직원이 직접 LP판과 CD로 음악을 찾아 들려준다. 네모난 공간이 음악으로 풍부하게 채워져 소리에 압도되지 않으면서도 음악이 내 귀와 마음을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음악이 귀에 쏙쏙 꽂히지만 생각을 방해하지 않는 멋진 장소이다. 우리는 장난감교향곡부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까지 취향 따라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해 누가 신청한 곡일까 맞히기도 하고, 자연 채광을 조명 삼아 천천히 책을 읽기도 하고 서로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연수에서 새롭게 한 경험들은 작게나마 내 삶을 변화시키고 여가 활용의 새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동안 몰랐던 세계에 새롭게 눈뜨는 경험은 나를 설레게 한다.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들이 내가 수업을 이끌어가는 방식도 넓혀주리라 믿는다. 내 삶이 풍성하고 다채로워야 학생들을 대하는 생각과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의 깊이도 깊어지리라. 내 삶에 잘 터지는 와이파이를 항상 켜둔 채 마음을 움직이는 공연을 보고, 좋은 음악을 듣고, 마음이 탁 트이는 여행을 할 때 내 삶이 좀더 풍성해짐을 느낀다. 잘 켜둔 와이파이가 수업의 지점과 통할 때 창의적인 수업, 재미나고 풍요로운 수업이 만들어진다. /박현정 대전송촌고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