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초 최서영 교사 |
8년. 내 짝사랑의 역사는 길다. 이 자리를 통해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대상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며, 해가 갈수록 그 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나보다 한참 어린 아이들이다. 그렇다. 내 짝사랑의 대상은 바로 나의 학생들이다.
처음 교단에 선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는 아이들을 하염없이 짝사랑하며 교직생활을 이어가겠구나.' 초임시절 내 짝사랑은 무모한 열정과 합쳐져 앞뒤 없이 한 방향으로만 돌진했다. 모든 시간, 순간을 아이들을 위해 썼다.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는 시간에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기 위해 주말과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수업 준비를 하곤 했다.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던 시간과 열정의 크기만큼 내 사랑이 받아들여지기를 무척이나 바랐다. 그렇기에 내 마음이 학생들과 어긋났을 때는 허망하고 슬펐으며 때론 분노하기도 하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만큼이나 사랑하는데 왜 내 마음을 이렇게도 몰라주는 걸까. 이런 과정 속에서 나 혼자 힘들어하고 조금씩 지쳐갔다. 무조건 내 마음과 같을 거라는 자만이, 나 혼자 치열하게 짝사랑을 이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오만이었다. 나 역시도 나의 선생님들로부터 그들의 짝사랑을 받아오며 자라왔으니 말이다. 나에게 교사의 꿈을 품게 만들어주신 선생님들께서 내게 큰 사랑을 아낌없이 주셨고, 그 사랑을 먹고 자란 나는 이 자리에서 다시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선생님들만이 아니었다. 내 주변의 선생님들도 그랬다. 선생님들께서는 나만큼 아니 나보다 많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생각하고 계셨다.
그래서일까? 선생님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언제나 학교 이야기, 학생들 이야기로 가득 찬다. 잠시 다른 주제로 화제가 바뀌었다가도 어느새 다시 교육 이야기로 돌아오곤 한다. 그들은 공부를 깊게 해서 괄목할만한 교육계 이론을 창시한 학자도, 독특한 경영법을 창시해내서 여러 연수의 강사로 활동하는 스타 교사도, 엄청난 감동을 주는 미담의 주인공도 아니다. 그저 오늘도 묵묵히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무척 사랑해왔고, 지금도 계속 사랑하고 있는 평범한 선생님들이시다.
오늘도 우리들의 짝사랑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우리는 아이들의 별 의미 없는 작은 행동과 말에 기뻐하고 때론 슬퍼하기도 한다. 아직도 퇴근 후와 주말에 아이들을 생각하며 즐거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아파하고 있다. 아마 선생님들의 짝사랑은 결말이 없는 이야기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답이 오지 않는 사랑에 몸을 맡기고 있는 위대하지만 평범한 선생님들께, 충분히 훌륭하신 선생님들께 오늘 하루도 힘내시라고, 고생 많으시다고 전하고 싶다.
대전가양초등학교 교사 최서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