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형 지음, 이음 출판, 2019 |
그동안 과학기술이 많은 것을 알아내고 마련해 왔지만 저절로 알게 되고 마련되는 것은 없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은 강조한다. 과학 기술의 안에, 옆에, 뒤에 있는 사람의 자리를 살펴보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대학 실험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도, 광화문에도, 진도 앞바다와 목포 신항, 제주도 공항, 서울 지하철 플랫폼, 태안 화력발전소에도 있다. 저자가 지난 3년간 다양한 매체에 쓴 글 40여 편을 엮어 세상에 내놓은 이 책은 지난 3년간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던 다양한 이슈들을 제기한다. "과학은 무엇이 되어야 하고, 어디에 있어야 하고, 누구의 편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독자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란 말이 사용된 지 딱 60년 만에 인간이 2500년 동안 쌓아온 바둑실력을 이겼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미래는 빠르게 다가왔다. 사람처럼 일하는 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동시에 로봇 시대에 일자리 경쟁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불안해졌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상상하며 로봇 앞에 선 인간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며,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 로봇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답 대신 질문을 던진다.
세상은 이노베이터를 외치지만, 세상을 지켜내는 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는 메인테이너다. 저자는 '지속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이는 메인테이너를 '세상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해석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하루하루 노력하는 메인테이너의 존재로 이 세계는 무너지지 않고 작동한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메인테이너 없이는 세상은 돌아 갈 수 없다.
아주 먼 미래는 스스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세상이 올까? 먼지가 끼지 않는 센서, 부식되지 않는 재료, 끊어지지 않는 연결, 고장 나지 않은 기계로 가득찬 세계에 대한 상상을 하다가 문득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기약 없이 달리는 기차의 망가진 부품을 대신해 기계 안으로 들어가 손을 놀리던 어린아이들. 그들의 멍한 표정과 기계적인 움직임에 소름이 돋았던 것은 그 장면이 너무 비현실적이서일까? 기계가 필요한 곳에 기계를, 사람이 필요한 곳에 사람을 두어야 한다는 당연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세계를 마주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각을 멈추고 내가 사는 세상이 과연 누굴 위해 사는 세상인지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사) 희망의 책 대전본부 우리대전같은책읽기 선정위원장 박순필
박순필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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