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어느 투자가가 본 일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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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어느 투자가가 본 일본의 미래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 승인 2019-11-17 15:12
  • 신문게재 2019-11-18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재묵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당연한 말이지만 투자가에게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생명 줄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투자의 신'의 반열에 오르려면,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예측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예측한 것 중에서 다수가 적중해야만 한다. 이미 인공지능이 투자 결정을 대신해 주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투자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 3대 투자가'의 한 사람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짐 로저스는 올해 출판한 자신의 책에서 유난히 통일 한반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지 20년 동안에는 한반도의 통일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그리고 '가장 번영할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라는 유일한 변수가 남아 있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고 있고, 북한에 대해서는 투자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 먼저 투자하고 싶은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투자 대상국가로서 북한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는 풍부한 자원, 높은 교육열, 국민의 근면성 등을 꼽고 있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이렇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반대로 일본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비관적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대로 가면 '일본은 50년 후에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사는 열 살짜리 아이라면 당장 일본을 떠나라'고 말한다. 직언을 넘어서서 막말에 가깝게 들린다. 일본이 사라진다고 단언하는 근거는 일본 GDP의 약 두 배에 이르는 방대한 국가 채무와 장기간에 걸친 저출산 경향이다. 국가 채무가 이렇게 많은 데도 돈을 찍어내서 공공사업을 벌여 허울 좋은 호경기를 유지하는 아베노믹스와 저출산이 심각한 데도 이민자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소극적인 외국인 정책을 짐 로저스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번영하고 거부하는 나라는 망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일본에 대한 강한 혐오감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의 하나'라고 말하면서 일본이 갖고 있는 중요한 장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 가지 장점을 꼽고 있는데, 그것은 높은 품질의 추구, 믿음직한 국민성 그리고 높은 저축률이다. 또한 대책 없이 일본에 대해 비난만 쏟아내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당장 일본을 떠나라고 하면서도 자신이 일본의 총리가 된다면, 세출의 대폭 삭감, 무역의 활성화, 이민자 수용 등의 세 가지 정책을 펼치겠다고 해서 대안적인 경제 정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짐 로저스가 일본의 미래에 대해 지적한 것 가운데 가장 가슴에 와닿는 부분은 글로벌화에 뒤떨어진 폐쇄주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역대국으로서 세계 최대의 순자산 국가이면서도 국제사회에서 기대하는 의무와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도 뿌리 깊은 폐쇄주의와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4개월 동안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규제해 왔던 액체 불화수소의 수출을 허가했다고 한다. 이번 수출 허가로 일본 정부가 지정한 반도체 생산 관련 수출 규제 품목 3개가 모두 풀리긴 했으나, 그 조치가 일시적인 허가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정책 전환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 차례의 무역 갈등을 통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폐쇄성이 깨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웃 나라 사람들이 진심 어린 사과로 과거사의 족쇄를 스스로 풀고 대해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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