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대 목원대 총장 |
과거 대학 주관의 산학협력이 단순히 졸업생 취업이나 기술협력을 위한 기업과의 협약 맺기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대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인적, 물적 인프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공동사업의 발굴과 실행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상 분야에 있어서도 주로 공학분야를 중심으로 공동 기술개발 및 애로기술 자문과 같은 한정된 분야에 머무르던 산학협력이 이제는 인문, 예술,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학이 소재한 도시가 교육도시로 인식되기 보다는 대학이 가진 전문성과 역량을 기반으로 산업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알려진 미국의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최근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클러스터'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케임브리지대는 1284년에 설립되어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등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해 온 명문대인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신생 벤처기업의 산실로 거듭났다.
케임브리지 클러스터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보다는 대학의 주도 하에 설립된 산학협력단지이다. 케임브리지 클러스터는 1970년 케임브리지대 주도로 사이언스파크를 설립하면서 대학의 우수한 인력 채용과 기술협력을 위해 유수 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더불어 대학은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결과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로부터 특허 출원, 사업화 및 회사 설립·운영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지금은 15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연간 매출이 130억 파운드(약 19조 2300억 원)에 이르는 등 침체된 지역경제도 부활했다.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케임브리지의 평균 취업률은 인근 런던의 세 배를 웃돌았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케임브리지 현상'이라 부르면서 케임브리지 지역경제의 화려한 부활을 소개한 적도 있다. 이후 케임브리지 현상이라는 용어는 대학 주도의 기업 유치 및 창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뜻하는 신조어가 됐다.
필자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 또한 지역사회의 주요한 구성원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대학이 가진 문화예술 분야의 강점과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CEO과정, 지역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위한 헨델 메시아 공연, 지역이 원하는 우수 인재양성을 위한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지역 산업체 실무형 인재 양성과 공급을 위한 IPP형 일학습병행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도 우리 대학에서는 지역사회와 대학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대학과 지역사회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제 대학은 지역사회라는 하나의 공동 시스템 속에서 고유의 역할모델을 정립해 나가야한다. 지역사회 입장에서 대학에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역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대학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통하며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제 지역과 대학이 한뜻이 되어 공통의 가치를 찾고 만들어가는 협력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지역대학의 바람직한 역할이 아니겠는가. 권혁대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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