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상 충남대 교수 |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 9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포인트 감소한 7.3%로 나타나, 2012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여전히 31만명의 청년실업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는 말이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청년 취업은 사회의 유지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국가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청년취업률이 저조하게 되면 결혼률이 낮아지고 저출산 문제가 발생하여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2000년 64만명에서 2018년 32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7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통계자료는 '청년실업과 대학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높은 진학률에 따른 대학의 역할 문제는, 대학이 젊은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직결된다고 본다.
정부는 취업증진을 위해 대학 교육현장에 다양한 재정지원정책을 펼치고 있고, 그와 동시에 많은 책무를 대학에 부여하고 있다. 그 동안 교육부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K) 사업, 대학특성화(ACE) 사업, 학부교육선도대학(CORE) 육성사업 등 과거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진로개척에 대학이 집중하도록 정책을 펼쳐왔다. 대학들도 계약학과의 설립·운영으로 기업체와 대학이 직접 손잡고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협력·양성하도록 하고 있고, 대학 전공과 사회 요구의 미스매치를 완화시키기 위해 복수전공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청년 스타트업 창업 지원정책과 함께 창업교과목 및 진로설계 교과목 등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대학의 취업 활성화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사회경제적 정체현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청년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지만, 수많은 청년실업자를 떠올릴 때 '백약이 무효'가 아닌가라는 절망감이 엄습하곤 한다. 물론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전반적으로 고용시장의 정체가 지속되고 있기도 하고, 대기업 선호와 중소기업 회피라는 사회적 현상이나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부족 등 여러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취업 활성화는 절박하고도 엄중한 국가사회적 당면 과제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의 사회적 책무의 완수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지는 상아탑이라는 점에서, 취업준비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시됨에 따라 그 정체성이 흔들리지나 않나 하는 우려도 있다. 급변하는 고도산업사회에서도 대학은 인문학적 상상력이 뛰어난 인재, 과학기술의 진보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 세계·역사·문화·언어에 대한 실력을 갖춘 인재, 평생의 중심적인 가치가 확립된 인재, 비판적·분석적·논리적 사고에 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임은 당연하다. 다만, 국가사회적 현안과 난제의 해결에 있어서 최고교육기관인 대학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대학의 본래의 기능인 연구와 교육이 취업 및 창업교육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 각 분야의 변화를 상상해보면, 미래사회의 주역을 교육함에 있어 대학의 시대적 사명을 지속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대학의 연구성과를 창업과 연계시키는 산학협력 정책, 미래의 가치를 확보할 기초과학의 지속적인 육성 정책, 학생들의 능동적인 진로 개척 유도 정책 등이 단기성과를 내는데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정책들이 단순 구호로서가 아니라, 대학교육 현장에서 우리의 젊은 인재들에게 잘 스며들어 국가의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대학과 그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그 실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김영상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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