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엔 더 퉁퉁 부어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았다. 하지만 금세 낫는 게 아니어서 걱정이 하늘을 덮었다. 곧 친손자를 보러가야 하는데... 사돈어른신도 그날 뵙기로 했는데...
뿐인가, 이어선 국회서 열리는 어떤 시상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의원 원장님께 "우리 손자 보러 가는 날까지 치료가 가능토록 부탁드립니다!"를 거듭 '간청'한 건 그 때문이었다.
누워서 침을 맞으며 다시금 친손자와 외손녀를 떠올렸다. 생각만 해도 흐뭇한 우리가족 모두의 웃음과 행복의 화수분인 녀석들…….
그래서 카톡(문자)이나 통화를 할 적에도 아들과 딸에게 "지금처럼 어린 아기 때는 쾌식과 쾌면, 쾌변이 건강이 지름길이란다"를 강조하곤 한다. 건강과 장수의 3대요소가 쾌식, 쾌면, 쾌변이라는 건 상식이다.
여기에 쾌청과 쾌활까지 가세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즉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기분 좋고, 활발하면 당연히 건강해질 수 있다는 소위 '5대 건강이론'이다. 이중 개인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 화장실이다.
- [인도, 화장실 1억개 만들었지만 '길거리 배변' 못 막았다] - 10월 8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글이다.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일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식에서 "인도가 '노상 배변이 없는 나라'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지난 60개월 동안 화장실 1억1000만개를 지어 6억 명에게 보급한 우리의 성공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자랑스레 소개했다.(중략)
인도는 예로부터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의 똥은 귀하게 여겼지만, 사람의 대변은 불결하게 여겼다. 특히 마디아프라데시주 같은 시골 지역은 도시보다 정도가 강해 집 안에서 대변을 보는 것조차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집 안에 화장실을 두지 않고 노상 배변이 일반화돼 있었다. 이런 배변과 화장실 문화는 심각한 위생 문제를 낳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인도에서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6억2000만 명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고 이들이 매일 노상에 내놓는 오물만 6500만㎏에 달했다.
이에 따른 수질오염과 위생 문제로 인해 설사병과 전염병 등을 낳았다. 특히 여성들은 들판이나 골목, 강가 등에서 배변하다가 강도나 성폭행, 납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았다.(중략)
CNN은 "모디가 변소 1억1000만개를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그걸 사용할까?"란 기사에서 화장실 보급률 수치가 부풀려졌고, 물 부족과 관리 부실 때문에 노상 배변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후략)" =
눈길을 끄는 화장실과 연관된 기사가 있어 추가한다. 10월 7일자 중앙일보 [<취재일기> 서초동 집회 화장실 30개, 광화문은 0] 뉴스가 그것이다.
= "집회 중에 지하철 광화문역 화장실에 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엄두도 못 내고 돌아섰어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 집회'에 참여했던 이모(62)씨는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고생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이날 집회 지역 공중 화장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화장실을 찾아 헤매던 이 씨는 하는 수 없이 근처 식당에서 밥을 시킨 뒤에야 겨우 볼일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지난 5일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린 서울 서초동에는 총 30칸의 이동화장실이 설치됐다.(중략)
서울시는 광화문 집회에만 이동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은 데 대해 "서초동과 비교해 광화문에는 개방형 화장실이 많다"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민간 개방형 화장실은 종로구와 중구에 총 50여 곳이 있고 서초구는 80곳이 있다.(중략)
서울시는 그간 사람이 대거 모이는 대규모 행사 때마다 화장실 대책을 내놨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촛불 집회 당시 서울광장 등 시청 일대에 이동화장실을 지원했다. 그해 11월 26일 5차 집회 당시 주최 측이 설치한 것과 서울시가 설치한 화장실을 합치면 총 16동이었다.(중략)
"박원순 시장님! 광화문에 모인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요?"(아이디 ceci****) 서초동 집회와 달리 광화문 집회 현장에는 이동화장실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한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1만5000개에 달하는 댓글에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떠나 모두 같은 시민 아니냐"는 의견이 많이 보였다.(후략)" =
'광화문 시민'과 '서초동 시민'을 반분하여 차별하는 일은 그럴 리야 없겠지만(이렇게 믿고 싶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집회가 있는 곳이라면 시민 편의를 위해 똑같이 화장실을 지원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이다.
급한 볼 일이 있을 때 근처에 화장실이 없는 것처럼 난감한 게 또 없다. 그렇다고 인도처럼 아무데서나 궁둥이 까고 용변을 볼 수도 없는 것 아닌가!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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