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대 목원대 총장 |
스웨덴에서 '실패박물관'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조직심리학자 사무엘 웨스트 박사는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는 구분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나쁜 실패는 미리 예방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실패로써 실수에 가까운 개념이다. 반면 좋은 실패는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다음의 더 나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시도를 말한다. 이는 곧 혁신적인 실패를 뜻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성공과 실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쌍둥이 같은 존재'이다. 즉,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와 같은 시행착오 과정이 필요하며, 내가 겪은 혹은 다른 사람이 경험한 실패 경험을 통해 더욱 잘 성공하고 혁신할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아마존에서는 2014년 '파이어폰'이라는 신기술을 시장에 내놓았다. 아마존 제품을 즉각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한 휴대전화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공룡인 아마존이 야심 차게 선보인 제품이었다. 파이어폰의 구매하기 버튼이 쇼핑의 편의성을 높여 매출 및 수익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였다. 버튼을 잘못 눌러 불필요한 구매로 이어지거나 충동구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가 되레 소비자의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는 파이어폰의 실패를 거울삼아 전자상거래에 보다 집중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곤 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20세기 들어 생겨난 신조어로서 중국의 마오쩌둥이 1957년 중국공산당 간부들 앞에서 제국주의자와 반동파, 수정주의자를 가리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이다. 이후 개인이나 조직에서 실패한 사례 및 경험에서 가르침을 받아 미래에는 보다 나은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도록 하자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실패 경험과 사례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가는 시도를 중요시하는 '좋은 실패'와도 일맥상통하는 의미이다.
개인과 조직 또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좋은 실패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미래가 기대되는 청년들에게 있어 좋은 실패는 본인의 진로와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는 덕목이다. 좋은 취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였음에도 실패한 경우에 대해서는 너그러이 용서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거름 삼아 성공한 개인과 조직의 스토리는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간접적 경험과 통찰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을 돌아보고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지 않는 무책임과 회피에 있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권장하면서도 정작 실패하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과 벌칙을 가하곤 한다. 이는 상당히 모순된 상황이다. 실패가 성공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히 노력하였음에도 실패한 상황은 너그럽게 용인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실패를 감출 것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과 개선책 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가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실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고, 피하고 싶은 단어이다. 하지만 실패를 단순히 부정적이고 돌이켜 생각하기 싫은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더 큰 발전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우리 사회도 실패를 탓하고 책임추궁만 하는 대신 실패박물관의 시각에서 좋은 실패를 적극 권장하는 문화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좋은 실패가 혁신적인 성공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영원불변의 진리다. 권혁대 목원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