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양육지원시스템 구축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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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양육지원시스템 구축이 먼저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 승인 2019-09-15 12:49
  • 신문게재 2019-09-16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재묵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통계청이 지난달에 발표한 2018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출생한 아이는 모두 32만68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 출생아의 수는 바로 직전 해에 비해 무려 8.7%나 줄어든 숫자다. 저출산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심각성을 새삼 보여주는 통계이다.

저출산을 가져오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출산은 결혼으로 시작되는 일이기 때문에 결혼 행태가 출산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저출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결혼 행태는 만혼 경향이라 할 수 있다. 2000년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초혼연령은 각각 29.3세와 26,5세였으나, 2018년에는 초혼연령이 남녀 모두 30세를 넘고 있다(남성은 33.2세이고 여성은 30.4세). 이러한 만혼 경향으로 인해 산모의 첫 출산 시기도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2000년에는 20대 후반(25~29세)에 첫 출산을 한 여성이 59.9%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었으나, 2017년에는 거꾸로 30대 초반(30~34세)에 첫 출산을 한 여성이 45.1%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20대 후반에 첫 출산을 한 여성(26.8%)이 많았다.

만혼과 함께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결혼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보통혼 개념이 확립되어 있었으나 이것이 최근에 와서 흔들리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4.7%에 이르렀지만, 2018년 조사에서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8.1%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 관련 변수에 비해 보다 직접적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임신, 출산, 양육에 따른 부담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부부든 출산을 결정할 때 이러한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공공지원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의 문제가 출산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저출산 대책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지원금, 임신부 진료비 지원, 고위험 산모 입원진료치료비 지원, 출산 전후 유급휴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아이 돌보미 지원, 육아부모 근무시간 단축, 아빠육아휴직 지원 등 실로 다양한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저출산 추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임신 및 출산 단계에서 필요한 지원시스템에 비하여 양육지원시스템이 크게 부족하다. 아이 돌보미 지원은 일부 소득계층에 국한되어 있고, 육아부모 근무시간 단축과 아빠육아휴직 지원은 아직 공공기관의 울타리를 넘어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맞벌이 부부에게는 일과 양육의 양립을 가능하게 해주는 양육기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믿고 맡길'만한 곳은 차치하고, 가까운 곳에 필요한 시간만큼 맡길 기관을 찾기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양육지원시스템의 부족 때문에 많은 맞벌이 부부는 한 자녀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합계출산율이라 한다. 이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0.98로 떨어졌다고 야단법석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경쟁자 없는' 꼴찌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출산지원금 등의 금전적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원금으로 저출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마땅히 아이를 돌봐줄 가족도 없고 안심하고 맡길 양육기관이 없으면 출산의 '결단'을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부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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