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
필자는 누구나 다 아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장군이다. 그래서 충남여성정책개발원 부임에 대해 여성정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시비도 있었다. 돌이켜보니 필자의 삶은 양성평등, 여성정책을 말하기 가장 어려운 '군'이라는 조직 내에서 여성의 복지향상과 권익을 위해 전방에서 싸워온 역사였다.
처음 군인의 길을 선택했을 당시에 여군은 전방에서 대북 방송하는 정훈요원이나 행정업무를 돕는 행정보조, 그들을 양성하는 여군학교의 요원들과 간호장교 1000 여 명 정도였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군의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모든 정책과 예산은 전·평시를 막론하고 전투병과 위주로 세워진다. 따라서 많은 수의 여군이 집중되어있는 간호병과는 정책이나 예산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해마다 이루어지는 정원 조정문제, 구조개혁을 위한 조직개편 등에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문제에 대응하면서 여군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중령 때부터 병원이 아닌 야전군 사령부 등의 정책부서에 근무할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국방부, 의무 사령부 등의 정책부서와 간호사관학교 교수부장, 간호사관학교장 등 지휘관의 역할을 맡으면서 여군 정책, 여군의 역량 강화, 여군 지위의 확대와 복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역할을 해왔다. 군대의 직장 내 보육시설 운영, 여군이 없었던 공군에 육군 간호장교를 전군 시켜 공군에서 여군의 효시를 이루어 내었으며, 국방부 내 여성정책실 신설, 각 군 사관학교에 여생도를 뽑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군인 체력검정제도에 일정 기간 동안 여군의 산후 체력검정 유예 등 여군정책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여성운동가이신 고 이희호 여사와 함께 IMF 당시 폐교된 국군간호사관학교 존치를 이루어 내면서 이 모든 공이 인정되어 2001년 11월 건군 이래 최초의 여성장군이 된 것이다.
장군으로 진급할 당시 군대 내 여성군인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했으나, 여군 창설 69년, 간호병과 창설 71주년을 맞이하는 현재 거의 10% 대를 육박하고 있다. 또한 국방개혁법 개정안에 따라 2022년까지 여군 장교·부사관 정원을 8.8% 이상 확대하는 방안까지도 확정한 상태이다.
충청남도는 군의 심장부인 3군 본부를 비롯하여 육군훈련소, 항공학교, 국방대학교 그 외 사단 예하의 군부대가 있다. 3군 본부 모두 양성평등센터를 설치하여 민간인과 현역 등을 배치·운영하고 있으며, 예비역 장군으로 구성된 육군정책실에 여성장군 출신을 여성정책 담당관으로 두고 있을 정도로 큰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필자가 군 조직 속에서 여성군인의 권익 향상과 군의 양성평등을 위하여 살아온 역사이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과의 인연 또한 계룡대 간호병과장으로, 자운대의 국군 간호사관학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없이 밀 목재를 지나면서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을 눈여겨보면서 이어져 온 것이라 생각이 든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은 작년에 이어 육군 양성평등센터와 협력하여 전국의 육군 양성평등 담당관 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여성군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워크숍을 실시했다. 교육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내년에는 해군과 공군담당관까지, 그리고 충남의 경찰까지 확대하여 실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전국에는 우리 원과 같은 여성정책기관이 많이 있지만, 군의 헤드쿼터가 있는 충남에서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사업이라고 자부한다. 우리 충청남도가 품고 있는 3군의 심장부에 근무하는 군인·군무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성 인지적 관점에서 일·가정 균형을 위한 다양한 제도마련을 위해 지원해 주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해주는 것이 진정 의미 있는 우리의 사명이 아닐까 한다. 양승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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