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미·중·일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 전쟁 치열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 칼럼] 미·중·일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 전쟁 치열

EU도 드디어 자체 프로세서 개발로 가세

  • 승인 2019-09-05 10:21
  • 신문게재 2019-09-05 22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19070401000466800017121
황순욱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이르면 2020년에는 엑사스케일(초당 100경 번 연산) 슈퍼컴퓨터가 세상에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 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일 3 국 중에 과연 어느 나라가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퓨터 개발의 영예를 차지할까? 벌써부터 엑사급 슈퍼컴퓨터 이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오로라(Aurora), 프론티어(Frontier), 엘카피탄(El Capitan), 중국의 선웨이 엑사스케일(Sunway Exascale), 텐허-3(Tainhe-3), 슈광(Shuguang), 그리고 일본의 후가쿠(Fugaku)가 향후 1-2년 내에 세상에 나오게 될 엑사급 슈퍼컴퓨터 후보들이다.

지난 30여 년간 줄곧 세계에서 제일 빠른 슈퍼컴퓨터 보유국의 자리를 놓고 미·중·일 간에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하게 각축을 벌여왔기에 이들 3국이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퓨터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리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 관심을 갖고 한번 지켜봐야 할 점은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바라보는 유럽연합(EU)의 시각 변화다. 그 동안 EU는 슈퍼컴퓨터 도입·구축 및 소프트웨어관련 연구개발에는 예산을 투입하였지만 하드웨어 연구개발에는 예산을 거의 투입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지금까지 유럽 내 슈퍼컴퓨터의 대부분은 글로벌 제조사들을 통해서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EU의 슈퍼컴퓨터 정책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18년 5월에 EU내 10개국 산·학·연으로부터 23개 기관으로 구성된 유럽 프로세서 이니셔티브(European Processor Initiative) 컨소시엄이 발족시키고 향후 유럽 자체 브랜드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EPI 컨소시엄이 발족된 지 약 6개월 만인 2018년 12월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1억2000천유로(약 1600억원) 예산을 투입하여 EPI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EPI 프로젝트가 시작한 지 약 6개월만인 지난 2019년 6월에 소위 유럽 프로세서 구조 설계안을 처음으로 공개하였다. EPI 프로젝트의 목표는 유럽 브랜드 저전력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된 EU 자체 프로세서 기술은 EU 엑사급 슈퍼컴퓨터 구축에 우선 활용하고, 긍극적으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시장,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 반도체 시장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EU가 이처럼 프로세서 기술 독립을 선언하고 지난 1-2년 동안 EPI 관련된 일련의 사업들을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최근 고성능 프로세서 기술 생태계의 변화 조짐을 들 수 있다. 30여년 이상 서버 시장을 독점해온 인텔 x86 프로세서의 아성에 도전하는 개방형 저전력 프로세서 기술 생태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오픈 IP 라이선스 기반의 ARM, 오픈소스 기반의 RISC-V와 POWER 프로세서가 개방형 프로세서 기술 생태계의 새로운 주인공들이다. 이들 개방형 프로세서 기술을 기반으로 목적과 용도에 따라서 맞춤형 고성능 프로세서 칩 제작이 가능해지고 관련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점점 성숙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및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미래의 확실한 먹거리 등장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최근 미·중과 한·일 무역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각국의 보호무역정책 강화를 들 수 있다.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이제는 현실이 됐다. 2015년 2월 미 상무부의 인텔 제온 칩의 대 중국 수출금지 조치, 그리고 2019년 6월 중국 슈퍼컴관련 제조사 및 연구소에 대한 미국의 핵심 부품의 대 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지금의 EU 프로세서 기술 독립 의지와 왠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EU의 이러한 발 빠른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프로세서 기반 엑사급 슈퍼컴퓨터 구축에 관한 국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1.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